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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 품는 도깨비(道開飛)
씨름
by
정한별
Oct 3.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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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뒷동산 소사나무 수호목에서 덜그럭 소리
나무 뒤로 씩 웃는 그림자 숨어 나를 본다
데데 굴 굴 데굴데굴
뒤뚱거리며 발 앞으로
굴러 내린
머리통만 한
알 하나
저게 울 할아버지랑 씨름을 했다는 빗자루여?
알과 나무 뒤 그림자를 번갈아보고 있자니
그림자 입 벌리며 소리 없이 말한다
품어!
할배는 사흘 밤낮 씨름하고 나는
알을 품었더라
삼칠일이 채 되지 못해 알이
쩍
갈라지며 피시식 연기(緣起)가 났는데
제 아무리(我無理) 길을 열어 나는
비상한 습관을 지녔더래도 이 가을
알에서 깬 허무를 이길 바가 없더라
이 아이 이름 고상하게 인위라 짓고
쏙 빠진 눈
으로 젖을 물렸다
할아버지 사흘 밤낮 씨름만큼, 아니
더 길다고 착각하는 짧은 일생
이런 샅바를 품에 안고 졸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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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사나무
시
태평천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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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한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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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경대학교 중국어문학과 졸업 문학나무(2012) 등단 문화예술기획 독립운동가 100인 웹툰 프로젝트 <우단사련>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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