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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로국

乭 2013년

by 정한별

돌쇠 이름 乭釗

중국에도 없는 글자 乭

여린 새 모가지 돌을 얹고

굽신굽신

釗, 힘써 일하라


마당쇠 돌쇠 변강쇠가

양반님네 권력 증표

굽신거릴 수 만 있다면

뭘 해도 좋다


다만

똑똑해서는 아니 된다.


이 돌로국에 이방(異方)

나그네 하나, 둘 들어섰다

각기 머리에 짊어지게 할

돌을 하나씩 들었는데


산골(散骨), 유신(遺身) 피 묻은

동포의 머리통을 말린

그 돌 일지 모른다


손아귀 속

이마에 찍힌 낙인 지워

새로 새긴 그 돌 이름 敎였다


참으로 그럴듯한 윤기가 흐르는데

그저 맹물에 넣고 끓이기만 하여도

만 사람이 먹을 기름이 번지르르

흐를 듯 하였겠지


이 공포, 황금

들끓는 냄비 맹신하니

속으로 어찌 '나'를 찾으랴


돌로국에 들어온 교

일찍이 공자도 말하지 않았는가?

회(誨)!


너 그럴듯한 교리에 괴춤을 풀어

이미 가진 '나'를 버리지 말지니

그저 각기 아는 빛을 내어

서로를 비추어 줄 나름


빛이 없는 엉터리 教

말씀, 말씀들로

Stone Soup 지글지글 우리다




*공자는 생전 남을 가르치는 일에 싫증을 내는 법이 없는 사람이었다. 그러나 가르치는 일을 직업으로 하는 사람으로 보이는 것은 질색하였다.-생략

가르침에 관해 1인칭 화법으로 이야기할 때, 예컨대 '나는 가르침에 싫증 내는 일은 없다" 같은 경우 공자는 늘 '회'誨 자를 썼다. '훈'訓 자를 써도 될 것 같은데. 두 글자 다 '가르친다'는 뜻이다. 그런데 1세기에 편찬된 사전 [설문해자]說文解字를 보면 '회'는 "빛을 비춰줌으로써" 가르친다(曉敎)는 뜻이고, '훈'은 "말로 이야기해 줌으로써' 가르친다(說敎)는 뜻이다. -안핑친 [공자평전] '가르친다는 일' 편 中.


*루쉰의 《故事新编-铸剑》에 삽화를 그린 陆燕生(1944年12月生于北京,现任北京鲁迅博物馆副研究员. 1981年 作品《泰山烟雨》获北京市美展优秀奖,作品《故事新编》参加中国美术馆纪念鲁迅诞辰100周年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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