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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보기를 옛날 개소 백정 보듯 한다."

근로 대화

by 정한별



저 형의 뼈 속에 오랜 시간 박혔을 시린 냉대와 천대가 이 말 한마디로 내게 와 들끓는다.
자득自得, 체득體得이 아니면 오용, 남용이라고 여겨왔던 바, 지나며 보아왔던 가분수 겉절이들 머릿속 허망한 사상누각, 욕망찬 부라퀴 짓거리들이 주마등처럼 무너지며 스친다.

귀貴, 귀하다는 것은, 우리가 먹고 마시고 쓰는 일체의 모든 타인, 타물에 대한 존엄을 지키는 일.

복福, 복이라는 것은 서로가 서로를 해치지 않는 '정도'를 말하는 것이니, 화禍를 재앙이라 말하고 심히 두려워하는 것은 순리, 저 모두가 귀하게 여기는 생각을 버리고 함부로 대한 결과가 아닌가?

마음속 고통, 아무런 슬픔들을 헤아리지 못하는 복수심과 증오심, 열등감을 품은 ‘괴물’ 부라퀴 무리들이 온갖 자리, 위치, 권력들을 그악스럽게 거머쥐고 사람이 사람을 학대하고, 사람이 사람을 잡아먹는, 사람을 말살하는 이상한 도로를 뚫는다.

쇳가루, 목 분진, 알록달록 옷에 튄 안료들, 트고 갈라진 피부, 마른 입술, 엄동설한 용접 열에 얼굴 벌겋게 그을려 익은, 세상을 떠 받치는 생산현장, 독소를 마시며 빛과 화려한 ‘안주’를 만들어 내는 컴컴한 공장들, 부라퀴 먹고 마시고 불콰해진 얼굴 큰소리 뻥뻥, 노고와는 전혀 다른, 엉뚱한 세상을 바라보면, 이 세상 어디에 ‘보람’이 깃들겠는가?

세상이 한 톨 사랑 없이는 발 디딜 ‘판’이 없는 것, 눕고, 먹고, 입고, 마시고, 떠벌리는 안온安穩 가운데서 오로지 공경할 것은 살아, 움직이는 자연과 산 사람의 활기이다.

활기를 찾아 끔뻑거리는, 살아도 죽은 좀비들의 무럭무럭 자라는 아귀 같은 입이야 말해 무엇에 쓰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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