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신화 속 등장하는 사흉 중 하나인 궁기는 규산刲山에 살며, 개 울음소리로 짖고, 사람을 잡아먹는다거나, 날개 달린 호랑이로, 사람을 머리부터 잡아먹으며, 불인불의(不仁不意)와 불효(不孝)를 퍼뜨림은 물론 포악하면서도 두뇌가 비상하고, 나는 호랑이(飛虎)의 꼴을 가졌다고 전해 내려오는 악신(惡神)이다.
착하고 솔직한 사람을 잡아먹고, 불효자는 상을 주며, 나쁜 사람에게는 보물을 가져다주기까지 하니, 유림儒林 선비들은 극악한 자를 일컬어 '궁기 같은 놈!'이라 욕을 했다고 한다.
풍종호는 무협소설 『지존록(至尊錄)』에서
"세인이 말하더이다. 배신을 당하는 놈이 어리석고, 배반을 하는 이는 지혜롭다고······. 세인이 말하더이다. 이익을 위해서 배신을 할 줄 알아야 유능하며, 신의를 지키는 바는 무능함의 증거라고······. 그러니, 불인하고 불의하라! 하나를 받으면 뭐든 두 배로 갚으라! 은혜는 잊고, 원한을 즐겨라!"라고 지껄임을 통해 궁기를 모습을 드러내 적었다.
한편 궁기窮氣는 궁색한 기운인데, 이런 곤궁하고 어려운, 절대적으로 고독한 신세에 놓여 지친 기색이 적막한 규산刲山이나, 음침한 골방 따위에 머물면서 그릇되어가는데, 점점 파이다 못해 우묵, 함몰된 품성을 가지게 되는 바, 이 마이너스의 기운이 이곳저곳을 배회하고 굴러다니면서 뿌리는 구걸과 획득의 악력握力과 전염이란 그 폐해가 크고 또 넓다. 가는 곳마다 빛을 삼켜 어둠을 지으며, 요새는 그 변신도 꽤나 걸출하여 겉모습은 궁기窮奇를 벗어 좔좔 꽤나 그럴듯한 껍데기를 지녔다고도 한다. 과연 사기邪氣나 사기詐欺꾼의 겉모습이 아닌가? 이 마이너스의 손은 닿는 곳마다 시름과 병을 옮기고, 착한 준비準備들을 갉아먹거나 곡진한 머리통을 삼켜 좌절을 뿌리기도 한다.
궁기나 궁기나, 사는 터전을 떠나 게으른 영악이, 궁기나 궁기나 진솔함을 떠난 사특한 망상들이, 궁기나 궁기나 양심을 벗어난 야바위 패거리들이 여기 무진장 많이 섞여있다.
이곳, 여기의 흥, 망, 성, 쇄는 비로소 '점'을 치지 않아도 알 수 있는 것이 되지 않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