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가 왔어요. 연파蓮波 신현철申鉉哲 명장께서 저녁에 함께 차를 마시자 하십니다. 일을 마치고 홍홍 댁으로 달려갔어요. 가마가 놓인 뒷마당엔 봉황 아가들이 뛰놀고, 열기 내린 가마는 속을 털린 밤 알처럼 바짝 가시를 말리며 빈 속을 달래고 있었어요.
앞서 문을 열고 천계 문을 여시는 명장, '달항아리' 하나 만들기 위해 밤마다 달을 쫓아 쫓아, 다니시기를 삼 년, 밤 중에 길 잃어 사모님을 청하여 차를 얻어 타고 돌아오시기를 여러 차례, 옥토끼 빙그레 손 내미는 달항아리를 만드시고야 홀연, 아무 미련 없이 돌아섰던 명장의 뒷모습으로 퍽, 넓습니다.
미백자 면다관, 노장군이 녹아 은밀한 계곡으로 뛰어나옵니다. 후厚한 숙우 달싹거리며 장군을 받아 젖몸살 앓는 유방乳房으로 유혹합니다. 큰 원 작은 원, 원앙이 눈짓으로 헤엄치며 말도 없이 통하는 이야기가 오고 갑니다.
차, 취하면 서로 눈 속으로 딸려가고, 이야기는 마치 오랜 시절인연 해묵은 한숨을 뱉듯 서로의 속에서 덩실거리며 안고 춤을 춥니다. 높고나 낮거나 절하거나 받거나, 인정은 하나인 듯, 둘 인 듯, 슬그머니 안심으로 멈춥니다.
연잎은 고요하고, 한 바퀴 휘도는 취기는 달짝지근합니다. 둥둥 소회를 털고 일어섭니다. 달이 없는 밤을 아쉬워하며, 끝없이 헤어집니다.
매국 중에서도 가장 야비한 매국은 나라사람을 팔아넘기며, 제 나라의 사람들을 우매하고, 비천하고, 몰지각하고, 못 배우고, 못난 사람으로, 서로 비방하며 헐뜯고, 아득바득, 가장 싼 값에 팔아치우는 매국인데, 제 나라 사람, 제 스스로를 비하하는 매국인데, 싸구려 '상점'들로 지천인데, 연파 애국愛國은 삶을 사랑하는 꽃을, 출렁이는 물 위에 안온하게 피워 當身의 사랑하고 사랑하는 삶을 태워, 주변을 아끼고 아끼고, 보듬고 보듬어 그 자리에 연향이 울리는 나라를 세웠습니다.
제 자리에서 피웠습니다.
달님이 없는 달님이 빛으로 그의 몸속으로 빨려 들어갑니다.
근원과 이어진 사람을 만나 까마득히 멀어진 자기에게로 돌아오는 길, 참 오랜만에 들떠 고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