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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항아리

2014 0913

by 정한별

전화가 왔어요. 연파蓮波 신현철申鉉哲 명장께서 저녁에 함께 차를 마시자 하십니다. 일을 마치고 홍홍 댁으로 달려갔어요. 가마가 놓인 뒷마당엔 봉황 아가들이 뛰놀고, 열기 내린 가마는 속을 털린 밤 알처럼 바짝 가시를 말리며 빈 속을 달래고 있었어요.

앞서 문을 열고 천계 문을 여시는 명장, '달항아리' 하나 만들기 위해 밤마다 달을 쫓아 쫓아, 다니시기를 삼 년, 밤 중에 길 잃어 사모님을 청하여 차를 얻어 타고 돌아오시기를 여러 차례, 옥토끼 빙그레 손 내미는 달항아리를 만드시고야 홀연, 아무 미련 없이 돌아섰던 명장의 뒷모습으로 퍽, 넓습니다.

미백자 면다관, 노장군이 녹아 은밀한 계곡으로 뛰어나옵니다. 후厚한 숙우 달싹거리며 장군을 받아 젖몸살 앓는 유방乳房으로 유혹합니다. 큰 원 작은 원, 원앙이 눈짓으로 헤엄치며 말도 없이 통하는 이야기가 오고 갑니다.

차, 취하면 서로 눈 속으로 딸려가고, 이야기는 마치 오랜 시절인연 해묵은 한숨을 뱉듯 서로의 속에서 덩실거리며 안고 춤을 춥니다. 높고나 낮거나 절하거나 받거나, 인정은 하나인 듯, 둘 인 듯, 슬그머니 안심으로 멈춥니다.

연잎은 고요하고, 한 바퀴 휘도는 취기는 달짝지근합니다. 둥둥 소회를 털고 일어섭니다. 달이 없는 밤을 아쉬워하며, 끝없이 헤어집니다.


매국 중에서도 가장 야비한 매국은 나라사람을 팔아넘기며, 제 나라의 사람들을 우매하고, 비천하고, 몰지각하고, 못 배우고, 못난 사람으로, 서로 비방하며 헐뜯고, 아득바득, 가장 싼 값에 팔아치우는 매국인데, 제 나라 사람, 제 스스로를 비하하는 매국인데, 싸구려 '상점'들로 지천인데, 연파 애국愛國은 삶을 사랑하는 꽃을, 출렁이는 물 위에 안온하게 피워 當身의 사랑하고 사랑하는 삶을 태워, 주변을 아끼고 아끼고, 보듬고 보듬어 그 자리에 연향이 울리는 나라를 세웠습니다.


제 자리에서 피웠습니다.


달님이 없는 달님이 빛으로 그의 몸속으로 빨려 들어갑니다.

근원과 이어진 사람을 만나 까마득히 멀어진 자기에게로 돌아오는 길, 참 오랜만에 들떠 고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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