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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래파파 Oct 19. 2021

너는 몰라도 나는 안다.
내가 얼마나 공부했는지.

100점을 맞는 게 당연한, 100점을 못 맞아도 후회는 없을 만큼의 공부. 도대체 얼마만큼이란 말인가.


4시간 자면 붙고 5시간 자면 떨어진다는 ‘4당5락’처럼 딱 떨어지게 숫자로 표현하지 못하니 답답할 터. 하지만 공부를 잘하는 사람들은 그 정도 수준의 공부가 어떤지 안다. 구체적으로 표현을 못할 수는 있다. 표현이 어려울 수도 있다. 단 매번 그 정도로 공부해왔기 때문에 정확히 설명을 못하는 것뿐이다.     


후회 없는 공부의 수준이 어떤 건지 명확하게 적을 순 없어도, 어떤 게 그 수준이 아니라는 건 확실하게 말할 수 있다. 종종 ‘이 단원을 확실히 이해했는지 못했는지 모르겠어’라고 말하는 친구가 있다. 그 사람은 확실하게 이해를 못한 거다. 그들의 내면을 들여다보면 시간 들여 공부했으니 이해를 하고 싶은데 아직 알쏭달쏭하다. 모른다고 말하기는 싫고 그럴 때 어정쩡한 말이 나온다.      


누구나 인정하듯이, 반에서 질문을 많이 하는 학생은 대부분 공부를 잘하는 학생이다. 자기가 공부를 해야 내가 지금 뭘 모르는지 파악한다. 내가 모르는 게 뭔지 표현할 수 없다면 그건 공부를 아직 덜한 상태이다. 두 번째 글에서 오답노트를 얘기했다. 공부를 덜해 기본 내용을 이해하지 못한 상태라면 오답노트를 만들어본들 의미가 없다. 눈앞에 놓인 문제에서 정말 99%는 다 알겠는데 1%를 모를 때, 그래서 아깝게 문제를 틀렸을 때 오답노트는 의미가 있다.     


‘100점을 맞는 게 당연한 만큼의 공부’라며 주관적 판단이 들어간 표현을 했다고 해서 자기 마음대로 기준을 낮춰버리는 건 곤란하다. 사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자기 자신은 안다. 내가 100점을 맞을 만큼 공부를 했는지 안 했는지. 운 좋게 충분히 공부를 하지 않고도 100점을 맞을 수도 있다. 하지만 행운은 항상 오지 않는다. 스스로 생각하기에 공부를 하다 말았다면, 공부를 했지만 뭔가 찝찝한 기분이 든다면. 시험 전날 공부를 덜해 잠을 자서는 안 되지만 잠이 들었다면 분명 결과로 나타난다. 한 과목 정도 공부 덜한 티가 덜 났을 순 있어도 시험 과목은 여러 개다. 전부 요행을 바랄 수는 없다. 반대로 모든 걸 다 쏟아부은 사람에게는 그만한 결실이 돌아오게 마련이다.    

  

여기서 잠깐, 아직 살면서 공부를 잘해본 적이 없는데 공부를 덜해 뭔가 찝찝한 기분을 느껴보지 않았다면, 그건 공부를 한참 안 한 거다. 공부를 덜한 찝찝함도 공부를 어느 정도는 해야 느껴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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