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회에서 서울대를 바라보는 시선은 다양하다. 서울대가 없어져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의 숫자가 서울대에 대해 아무 생각이 없는 사람보다 많을 것이다. 좋은 쪽이든 나쁜 쪽이든 부러움이든 질시든 서울대 그리고 서울대 사람들은 늘 관심거리다.
서울대에 들어간 후 그리고 졸업한 후 한참이 지난 지금까지 “서울대 사람들은 어때?”라는 질문을 종종 듣는다. 여느 집단처럼 서울대 역시 많은 사람이 있고 제각각 성향이 다르다. 하지만 ‘서울대 사람들’에 대해 묻는 건 대다수 서울대인들의 공통된 특성이 뭘까 궁금해서일 거다.
서울대를 다닐 때 내가 만난 친구들은 대부분 자신의 부족한 점을 인정하고 노력하는 사람이었다. 공부 잘하는 애들만 모아놨는데, 부족한 점을 잘 인정한다니 와닿지 않을 수도 있다. 서울대 입학생들은 대학에 오기 전에는 많이 만나지 않았던 자신보다 뛰어난 사람들을 갑자기 많이 만나게 된다. 내가 갖지 못한 능력과 강점을 지닌 이들을 마주하게 되니 내가 여전히 부족한 존재임을 깨닫는다.
부족한 점을 인정하는 것보다 중요한 건 이후 ‘더 나아지기 위해 노력한다’는 점이다.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 앞선 글에서 얘기했듯이 살면서 스스로 있는 힘껏 노력해봤기 때문이다. 노력으로 서울대 입학이라는 하나의 성과를 얻어낸 만큼 노력의 가치를 인정한다. 타인의 노력과 성취에 대해서도 합당한 것으로 받아들인다. 타인의 노력과 성과를 인정한다면 나보다 뭐가 뛰어난지도 인정할 수 있다. 내 약점과 타인의 강점을 알아차리는 것 역시 하나의 능력이다. 그 능력은 스스로 최선을 다해본 이들이 가질 수 있다.
물론 서울대생 그리고 졸업생 중에 잘난 척하는 있다. 싸가지 없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내 경험으로는 여느 집단에나 있는 정도의 비율이었다. ‘서울대 나와서 잘난 척한다’는 말은 실제로 그런 서울대생 또는 서울대 졸업생 몇몇이 감내해야 할 말이다. 일반화할 건 아닌 것 같다.
자신의 부족함을 인정하고 계속 노력하는 사람. 물론 다른 대학교에도 있을 것이다. 보통의 서울대생보다 더 훌륭한 사람도 많을 것이다. 그것을 부정하는 게 아니다. 난 다만 많은 사람들이 관심 있어하는 집단을 직접 경험한 사람으로서 느낀 점을 전하는 것이다.
좀 이상하게 들릴 수 있지만 할 수 있다면 서울대를 가길 권한다. 고교 시절 진로를 공부로 택했다면 말이다. 물론 공부 말고도 좋은 진로는 무궁무진하다. 서울대 간다고 다 성공하는 건 아니다. 취업을 못할 수도 있고 사회에 나와서 풍요로운 삶을 살지 못할 수도 있다. 서울대를 간다는 것의 의미는 성공 보장에 있지 않다. 성인이 되기 전 최선을 다해 뭔가를 이뤘다는 성취감이 첫 번째다. 10대를 지나 20대로 들어서는 시점에 맛보는 성취 경험은 세상을 살아가는데 큰 자양분이 된다. ‘해보니까 되더라’는 생각이 들면 스스로를 신뢰할 수 있다. 비슷한 성취 경험을 가진 사람들을 보면서는 자신을 끊임없이 돌아보고 부족한 모습을 보완해나간다. 자신을 믿으면서도 끊임없이 자신을 채찍질하는 관성. 내가 겪어본 서울대 사람들의 특징이고 서울대보다 서울대 사람들을 좋아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