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북 구매 및 평론가 1년 소회
맥북을 샀다.
그전 노트북이 팟플레이어만 틀어도 너무 뜨거워져서 영화를 볼 수 없었을 정도였기 때문이다.
변명 아니고 진심 온도 체크하면 90도 까지 올라갔음.
노트북 뚜껑에 붙어 있는 스티커들 아깝지만 어쩔 수 없었다.
스티커 하니까 단지 스티커 사려고 프리즘오브 세 권 샀던거 고백해봅니다.
다크나이트, her, 불한당 편 재밌나요? 재밌으면 읽어볼게요.
읽는 거는 요즘 고레에다 히로카즈가 쓴 에세이 <작은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읽는 중인데
느낌이 하루키가 대충 쓰는 에세이에서 10% 더 김빠진, 그러다 가끔 영화 얘기나오면 재밌는 그런 정도다.
뒤에 정성일 평론가랑 토크한거는 확실히 재밌다. (근데 오타가 꽤 많다.)
대답도 대답인데 질문이 재밌다.
몇 번 어딘가에 얘기한 건데, 나는 정성일 평론가의 질문이 답변보다 감동적이다.
다시 노트북 얘기를 하자면 이 노트북은 O랑 헤어지고.. 성공해서 인생 열심히 살아보겠다고 몇년 간 모아둔 적금 깨고 샀던 거였다.
그거로 영화 본다고 화면 큰 걸로 사가지고 들고 다닐 때 개무거웠지만, 그래도 이 노트북이랑 한 것도 많았다.
블로그도 그렇고 가끔 만든 유튜브 영상들,
그리고 호주도 같이 갔다 왔고, 와서 씨네21 글도 씀.
그러고보니 영화평론가라는 명함을 받은지 벌써 1년이 지났다.
명함 얘기하니까 씨네21에서는 실제로 수상자에게 영화평론가가 적힌 명함을 만들어준다.
명함에는 씨네21이 크게 적혀 있어서, 잘 모르는 사람들이 보면 내가 거기 소속인걸로 착각할 수도 있을 것 같고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그랬다.
이건 명함을 받은 사람들 뿐만이 아니라, 명함을 받지 않은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다.
근황토크하다보면 그럼 거기 소속인거야? 라고 많이들 물어봤고,
그러면 나는 항상 "그냥 프리랜서에요~"했고, 가끔은 "말이 좋아 프리랜서지."라는 말을 덧붙였고
소속이었다면 좀 달랐을까? 라는 생각을 한 건 지금이 처음이다.
소속 해준다고 한 적도 없는데 ㅋ~
이런 생각을 하는 거 보니 지금 현재가 그렇게 마음에 들지 않는가 나는?
아니 1년 동안 나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글머니로 산건 아니지만 아무튼 맥북을 샀고,
참고로 에어 아니고 프로입니다.
이럴 때가 아니라 프로 영화평론가가 되어야 할텐데
누가 맥북으로 글 쓰면 글도 잘 써진다길래 이번에 <모가디슈> 글 쓰겠다고 연락드렸다.
영화가 비평 그런거 떠나서 꽤 감동적이고 좋았다.
지금 시기 아니었으면 천만 영화 가능한다 못한다 말 나왔을 것 같다.
물론 그런 것에 관한 글을 쓰지는 않을 거다.
근데 뭐 또 그런 것에 관한 게 어때서.
뭐라도 쓰는 게, 쓴다는 것 자체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잘-하려는 것도 좋지만, 일단 하는 것 자체가 안 하는 것보다는 낫지 않나 그런 생각을 하던 찰나에
과거, 열심히 살아보겠다고 적금을 깨서 노트북을 샀던 것이 떠올랐고,
1년이 지난 지금 이번에도 열심히 살아 볼 작정으로 카카오 매도해서 맥북을 산 것이다.
누구랑 딱히 헤어지지는 않았다.
비장하게 쓰는 것만큼은 피하자, 했는데 세상 비장하게 써버린 소회. 역시 난 틀렸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