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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철홍 Nov 30. 2021

<연애 빠진 로맨스> 정가영 감독 신작 짧은 후기

결말은 K엔딩인데, 과정이 매우 재밌었다.


연애를 말하는 영화 본 것 중 한국 버전으로 가장 솔직하고 현실 반영을 잘했다고 느꼈다. 쉽게 말해 2021년 한국 청년 최신 업데이트 풀패치 된 느낌이었다. 정가영이 각본만큼은 정가영했다고 생각. 영화 속 박우리(손석구)가 그랬던 것처럼 실제 경험을 통해 나온 결과물이 확실히 다르긴 다른 것 같다. 정가영 감독의 실제 삶을 아냐고? 모르지만 그가 지금껏 만들어 온 영화는 잘 안다. 그 여러 편의 영화에 담겨 있던 사랑연애섹스로맨스 이야기들. 그 영화 속 이야기들이 정가영의 리얼 스토리라는 것이 아니라, 영화를 만든 삶이 진짜고 실제 경험이라는 거다. 이 분야에서 정가영만큼 실제 경험이 많은 감독은 현재 한국에 없다.


마음속 깊은 곳에 묻어두었던 가설 같은 아이디어들이 필터링을 거치지 않고 그대로 대사로 표현되어 영화관에 쩌렁쩌렁 울리는데 민망하면서 동시에 카타르시스가 느껴지기도 했다. 이걸 이렇게 확신에 차서 대사로 쓴다고? 대기업 돈 받고 이걸? CJ 실무진에는 분명 정가영의 빅팬이 있을 것이다. 물론 공은 그 날것의 대사를 잘 표현해낸 전종서에게도 있다. 전부터 전종서의 빅팬이었는데 이번에 빅빅팬이 됐다.


15세 관람가인건 아쉽다. 미성년자들에게 성과 관련한 것들이 오픈되어야 커서 건강한 성생활하고, 그러므로 더 건강한 사회가 만들어지는 것 아닌가요? 라는 논리에 적극 동의하지만, 홍상수 감독의 유명한 그 말 "어차피 청소년들은 이 영화 보고 이해 못한다"는 말도 어떤 분야에선 일리 있다고 생각해서, 그냥 성인 관람 수위에 맞춰서 영화를 만들었어도 좋았을 것 같다.


관련해서 이 영화의 장점은 15세 관람가에 해당되는 영상, 자극적인 것 이를테면 섹스신 같은 것을 보여주지 않으면서 상당한 민망함과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했다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겠지만, 실은 이것은 장점이 아니라 단점이라고 생각한다. 장면으로 보여준 것이 없는 것은 맞는데, 그렇다고 다른 영화적인 무언가로 보여준 것도 없기 때문이다. 그냥 대사로 했을 뿐이다. 그래서 각본만큼은 정가영이 정가영 했다고 말한 것이고, 연출에서는 정가영의 색깔을 보여주지 못했다고 봤다.


은근 영화에 대한 생각을 던져주는 영화이기도 했다. 마지막 나레이션에 함자영은 자신과 박우리의 스토리를 '스토리'가 아닌 '영화'라고 표현한다. 한 사람이 자신의 인생을 '영화'라고 표현하는 것은 아주 흔한 일이다. 그런데 내가 이 영화에서 뭔가 특별한 것을 느낀 이유는 이 영화의 제목이 '연애 빠진 로맨스'이고, 실제로 이 커플이 연애 빠진 로맨스를 했고, 나레이션에서 뭔가 관련된 질문을 던지기도 하고, 어떻게 보면 박우리가 쓴 섹스 칼럼이 이 영화의 시나리오인 것 같기도 하고, 그 잡지의 편집장이 잡지는 재밌으면 그만이라는 말을 했고, 이게 진짜든 말든 무슨 상관이냐 했고, 이런 생각을 왜 하냐면 감독이 정가영이기 때문이다. 로맨스에 연애가 빠지면 그것을 연애라고 할 수 있을까. '로맨스 영화'라는 장르에서 연애가 빠지면 그걸 로맨스 영화라고 할 수 있을까. 자신의 영화에서 자주 영화와 현실의 경계를 뒤섞어 놓던 정가영이라 평소라면 거들떠도 안 볼 로맨스 영화를 개봉날 극장에서 보고 별생각을 함. 홍대cgv에서 봤는데 커플 짱 많더라. 네 연애 걱정이나 해 철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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