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 있는 '영화'에 감사

<씨네21> 올해의 영화를 뽑고.

by 김철홍

카페에 가지 않으면 집에서 아무 작업도 하지 못하는 나는 요새 스터디카페에 간다. 감사하는 마음으로. 아직 스터디카페가 남아 있어서 정말 다행이야! 라는 생각을 하며 간 스카에서 올해에 내가 무슨 영화를 봤는지를 정리했다. 연말을 결산하는 것은 결국 한 해를 보낸 나에게 무엇이 남아 있는 지를 헤아려보는 것이다. 이를 통해 이것밖에 안 남았네 하던가, 이만큼이나 남았네 하는 거다.


올해 나의 리스트는 즉 ‘올해 내 마음에 남은 영화’들이다. 애초에 ‘올해 영화’ 자체가 너무 줄어든 상황이라, 올해의 리스트는 평소보다 더 소중하게 느껴진다. 그러니 절대 이것밖에 안 남았네 할 수가 없고, 남은 것에 감사할 수밖에 없다. 남은 것에 감사하며 이 시기를 견뎌내야 한다. 비록 호주에서 이것밖에 못 모은.. 돈은 거의 바닥나가지만. 그래도 올해 내게 남은 것은 분명 있으니까.


씨네21 올해의 영화 선정에 내 이름을 더하는 것은 그 어떤 것보다 가장 하고 싶었던 것 중 하나였다. ‘어떻게’에 대해선 생각해본 적은 없지만, 아무튼 유명해져서 무한도전에 출연하는 것이 태어나서 처음 구체적으로 세운 목표 중 하나였고, 씨네21에 ‘출연’하는 것 또한 꽤 오래 전부터 세운 목표였다. 아쉽게도 이제 무한도전은 없어졌다. 무한도전은 대책 없는 나를 기다려주지 못했고, 그 꿈은 더 이상 이룰 수 없는 것이 되었다.


그렇지만 씨네21은 계속해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게 잘 나가고 뭐 한 번 했다하면 전국을 뒤집어놓던 TV프로그램 하나가 없어졌는데, 영화 주간지 하나는 사라지지 않고 무한도전과 같은 호흡으로 한 주 한 주를 이어가며 또 다른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이건 정말 감사해야 할 일이다.


영화, 영화관, 영화잡지, 모든 남아 있는 것들에 감사.

그리고 special thanks to 스터디카페 발명하신 분.


[장영엽 편집장] 뜨거운 안녕 (cine21.com)

<씨네21> 선정 2020 베스트 영화가 포함된 씨네21 1286호, 편집장 에디토리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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