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전주에서 본 영화 2.
<삼희 : The Adventure of 3 Joys>
감독 : 문혜인
25회 전주국제영화제 코리안시네마 부문
단편 <트랜짓>을 연출한 감독이자 <에듀케이션>, <인서트> 등에 출연한 배우이기도 한 문혜인 감독의 첫 장편 영화. 감독 본인이 주인공 혜림을 연기한다. 그런데 혜림도 배우다. 혜림은 물에 들어가는 것을 잘 못하는 사람인데, 이제 곧 물에 들어가는 연기를 해야 한다. 그렇게 결국 본성을 거슬러 물에 들어갔다 온 혜림 - 사람 혜림과 배우 혜림의 간극은 결국 ‘삼희’라는 새로운 정체성을 만들어내고야 만다. <삼희 : The Adventure of 3 Joys>는 제목에 적혀 있는 영어 문구처럼 한 사람이 자신이 무엇에 기쁨을 느끼는 존재인지를 찾기 위해 떠나는 여행 같은 영화다. 결말이나 답보단 과정의 영화다. 어떤 깨달음이나 미학보단 이 영화의 주체인 ‘문혜인’에 관한 영화로 느껴진다.
다른 얘기인데 아니 같은 얘기일 수도 있는데 나는 문혜인 배우/감독을 아니 어쩌면 혜림을 영화관 밖에서 아니 현실에서 몇 번 실제로 본 적이 있다. 이 사람-캐릭터-배우는 한 번 보면 절대 잊기 어려운 존재감이 있다. 작년 부산 영화제 기간엔 두 번을 봤는데 머리는 눈에 띄는 색으로 염색을 했었고 두 번 다 혼자였다. 한 번은 롯데시네마 로비였고, 한 번은 해운대역에서 해리단길로 넘어가는 폐철도 꽃길에서였다. 꽃길에선 핸드폰 카메라를 들고 뭔가 찍고 있었다. 그땐 그냥 부산 놀러 왔으니까 인스타 스토리나 저장용으로 찍는 거구나 싶었는데 이번 영화를 보니 어쩌면 <삼희 : The Adventure of 3 Joys>의 재료였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에서도 혜림은 염색을 했고 주로 혼자고 가끔 카메라를 들고 다닌다. 영화는 부산이 아닌 경기도 양주에서 진행된다. 혜림은 이곳에 있는 ‘삼희 아파트’를 보고 자신의 두 번째 이름을 삼희로 정한다.
문혜인은 이 영화를 찍을 때 실제로 삼희 아파트에서 살았을까? 살았을 것처럼 느껴진다, 아니 실제로 그랬으면 좋겠다, 실제의 삶을 반영한 에세이 같은 영화를 계속해서 만들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영화였다. 우리가 어떤 예술가의 다음 작품이 궁금하다고 말할 때, 우리는 보통 예술가 본인과 작품을 분리하는 편이다. 그의 작품을 궁금해하는 것과 그를 궁금해하는 것은 엄연히 다르다. 그가 궁금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그저 작품으로 만나고 싶을 뿐, 그를 그렇게까진 알고 싶지 않을 때가 있기도 하다. 그러나 <삼희 : The Adventure of 3 Joys>는 다르다. 이 영화는 아마 문혜인처럼 생각하고 문혜인처럼 말하는 영화다. 문혜인의 다음 작품이 궁금한 것은 문혜인이 궁금한 것이다. 한 번도 그와 실제로 대화해 본 적은 없지만, 그가 만든 영화가 실제 창작자(세상)와 일치한 무언가였으면, 문혜인이 영화에서 걸어 나온 사람이었으면, 아니 자신이 영화 속으로 그대로 걸어들어가 영화를 만드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게 만드는. 예술가 문혜인은 영화 한 편과 두 번의 마주침으로 그걸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