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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시간> 이재원

by 김철홍

전주에서 본 영화 3.

<두 시간>

감독 : 이재원

25회 전주국제영화제 한국단편경쟁 부문


<썬더버드>를 연출한 이재원 감독의 단편. 한국영화아카데미의 워크샵 과정을 통해 만들어진 영화라고 한다. 영화는 너무나도 명백히 사프디 형제 감독의 감성으로 시작된다. 불빛이 가득한 술집 번화가 밤거리에 염색을 한 한 남자가 표류하고 있다. 그는 자신을 예약한 손님을 찾고 있다. 창한은 대리기사다. 지금 이 건을 반드시 성사시켜야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창한의 인생은 하나도 달라지지 않는다. 그런데도 이 남자는 왜 이리 필사적일까. 단도직입적으로 말해 그는 왜 인생을 포기하지 못하는가?


운전석 옆자리에 앉은 취객은 역시나 말이 많다. 그는 드랙퀸 댄서 준서다. 취해서 기분이 좋은지 창한에게 더 많은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처럼 보인다. 창한은 그런 준서가 불편하다. 거기에 흥이 오른 준서가 이야기를 하는 와중에 창한의 몸을 터치하자 창한은 참지 못하고 화를 내고 만다. 그는 그저 푼돈 몇 만 원을 벌고 싶을 뿐이다. 그러나 결국 일이 꼬이고 만다. 돈이 없어 집에서 돈을 가져온다고 말한 준서는 돌아오지 않고, 집을 찾아가 보니 문을 여는 것은 준서의 룸메이트인 율하다. 창한은 율하를 다그쳐 대리비를 받아내려고 하지만, 하필 은행 점검 기간이 겹쳐 그 집에서 두 시간을 기다려야 하는 상황에 처한다. 그래서 <두 시간>이다. 그들의 두 시간 이후는 어떻게 될 것인가? 그들은 두 시간을 버틸 수 있을까? 아니 시간을 버틸 수 있을까.


24분짜리 단편 영화 <두 시간>을 버티기 위한 첫 번째 관문은, 요즘의 은행 점검 시간이 ‘두 시간’이라는 설정을 일단은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혹은 이렇게 생각해야 한다. 두 시간이 이 영화 속 세계의 법칙이다. 이 이야기에서 창한은 준서와 율하의 집에 반드시 두 시간 동안 머물러야만 한다. 어쩌면 ‘영화’의 표준 러닝 타임일지도 모르는 이 두 시간을 보내야만, 창한은 변할 수 있다. 그것이 이 영화의 법칙이자 영화의 법칙이다. 마침내 두 시간이 지나 집을 나온 창한은 많은 것이 달라진 사람이 되어 있다. 그는 처음 본 사람치곤 많은 증오를 쏟아냈던 창한과 태어나자마자 처음 본 사람인 것치곤 너무 많은 증오를 쏟아낸 자신의 아빠에게 자신이 줄 수 있는 최대의 것을 선물한다. 그리고 다시 세상으로 향한다. 다음 손님을 찾으러. 여전히 비루한 자신의 인생을 조금도 바꿀 수 없을 몇 만 원을 받으러. 그러나 이제 그는 포기하지 않을 것만 같다. '두 시간'을 본 나의 생각이 바뀌었다. 그것이 ‘두 시간’ 영화가 가진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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