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첫사랑

- 그걸 내가 왜 알아야 하지

by hanxs

나들이 가는 길은 마음을 열게 해 준다. 모처럼 번개 하듯이 눈을 뜨자마자 주섬 주섬 짐을 꾸려서 길을 나섰다. 동물원 가는 길이다. 아이나 어른이나 동물원은 즐거운 추억이 가득한 장소다. 내게도 서울대공원은 추억이 깃든 장소다. 기억의 필름 속에 '처음'이라는 태그를 붙일 수 있는 동물원이라서 자연스럽게 길을 나섰다. 언제 어디로 간다는 사실에 밤 잠 설레던 촌스러움 연출 방지 차원에서 아침에 눈 뜨자마자 잠결에 눈 비비는 아들을 들쳐 메고 출발했다.


7월의 끝날, 금요일 아침 10시, 도시는 벌써 깨어있었다. 이 시간에 집에서 출발해서 1시간 남짓이면 아주 양호한 편이다. 한 가지 변수는 아침을 거른 아내와 아이의 투정이 끊임이 없다는 점이다. 아침을 안 먹는 나, 거르면 안 되는 아내, 핫도그나 약과 중 선택해서 먹고 삼다수 작은 병으로 마무리하는 1인 이렇게 삼인삼색인 우리 가족이 아침을 거르고 떠나는 여정이 편할리 없다. 내가 서둘러서 휘몰아치는 통에 일단 차에 타는 데까지는 성공했는데 차가 출발하고 정상적으로 금요일 도시의 차량 흐름에 합류할 때쯤 뒷좌석에서 주문이 들린다.

"빵이라도 먹자", "가다가 빵집 있으면 내려줘"

"아빠, 약과 없어? 물 없어?"

1시간이 면 가는 길에 무슨 빵과 물이냐며 '독재자'는 국민의 소리를 가볍게 차창밖으로 던져 버렸다.


길 떠난 지 30여분쯤 되었을 때 총신대역 주변에 이르자 아내가 자연스럽게 이 곳 오랜만에 온다면 추억담을 펼친다. 듣다 보니 아내의 첫사랑(진짜 처음인지 아닌지 더 묻지 않았지만)이 총신대 지휘과를 다녔다는 이야기와 지금 생각해 보면 나쁜 남자였다는 말로, 잔잔한 1시간 러닝타임 가족영화에 예고 없이 등장한 씬스틸러 5분을 종료했다. 내가 농담으로 "지휘과? 그럼 지금 지휘자 된 거 아냐? 소식 아세요?", 한 발 더 나가서 검색해봐 지휘자로 성공했는지 " 다행히? 검색에 나오지 않았다. 아내는 "성공 못했나 보네, 검색에 안 나오는 거 보니" 라며 배시시 짐짓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말한다.


아내의 첫사랑에 대한 이야기는, 동물원에서 본 나뭇가지와 함께 툭 떨어진 청설모 마냥 뜬금없었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장소와 시간이었다. 이전에 연애담은 소위 지역 데이트 명소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가 오고 가는 추억 속에 등장하긴 했지만 이렇게 아무 준비 없이 '훅' 들어온 건 처음이다.

의미 없는 분석이지만, 아마도 아침도 먹지 않고 무방비로 떠나온 나들이에 대한 보복성 발언이 아닐까 하는 합리적인 의심이 있다.


그나저나 서울대공원에는 코끼리, 사자, 호랑이, 치타, 홍 따라기, 고니, 사슴, 코뿔소, 바다사자, 하이에나, 낙타, 미어캣, 곰, 늑대, 표범, 하마, 얼룩말 그중에 제일은 바다사자라고 아이는 말했다.


#서울대공원

#청솔모

#첫사랑

#hanxs

keyword
작가의 이전글나이는 무엇으로 먹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