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좀 내버려 둬요 근데 너무 방치는 말고요

by hanxs

코로나 19 때문에 할 수 있는 거라곤 온라인 쇼핑뿐이 2020년 여름, 과감하고 절실한 마음으로 백화점 나들이를 했다.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방역수칙을 지키면서 떠난 여정에는 '올해는 이상해'의 또 다른 요소중 하나인 '소나기'도 동행했다. 소나기 내리는 토요일 오후 L 백화점 주차장은 안 가고 싶은 곳 1순위다. 그래도 가야만 했다. 당장에 필요한 물건을 사야 했으니 다른 방법은 없다. 직진이다.


백화점에 가더라도 최대한 목적지를 선정하고 최단 코스로 바로 가는 스타일이다. 주차장까지 가는 시간보다 쇼핑을 마치고 나오는 시간이 더 짧은 게 보통이다. 상냥함으로 무장하고 정보의 비대칭성을 무기 삼아서 현란한 대화를 전하는 점원들과의 대화를 피곤해하는 고객 중 하나다. 이런 내 눈에 "자꾸 말 걸면 똑땅해'라고 쓰인 분홍색 손목걸이와 스티커를 매장 복도 바구니에서 발견했다. 나 같은 사람을 위해서 만든 센스 있는 거구나 하면서 몇 개 집었다. 하지만 막상 가방이나 손목에 차려고 하니 이마저도 주목받는 일이라 생각이 미치니 주저하다가 그냥 주머니에 넣었다. 뭐가 부끄러운지 용기도같이 주머니에 쑤셔 넣었다.


사람 만나는 일이, 말 그대로 일인데도 쉽지 않다. 나는 사람을 좀 가린다. 나도 알고 나를 아는 지인도 나를 그렇게 알고 있다. 먼저 손을 내 밀고 악수하는 게 쉽지 않은 사람이다. 사람이 모든 일의 시작이고 끝인지라, 다다익선으로 아는 사람이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는 주의지만 '아무나' 알고 싶고 나를 알았으면 하는 건 아니다. '아무나'에서 '아는 사람'으로 되어 가는데는 최소한의 시간과 정성이 필수다. 얼마나 많은 시간을 서로를 위해 사용했는가는 1차 기준이다. 물리적 시간과 밀도는 곱의 계산이다. 같은 10년을 알아도 마이너스인 관계도 있고 1달을 알아도 프러스인 관계가 있다.


막대자석에는 N극과 S극이 또렷하게 색깔로 구분된다. 같은 극은 필사적으로 밀어내지만 다른 극은 근처에 있으면 '철컥' 붙는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도 눈에 보이지 않지만 극성 같은 게 있어서 아무리 해도 밀쳐내는 사람이 있고 별거 안 해도 잘 맞는 사람이 있다.


요즘엔 전자석처럼 필요할 때마다 극성을 자유자재로 잘 바꾸는 사람도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


#hanxs

#혼자하는쇼핑

#자석

keyword
작가의 이전글10분 여유, 그런데 왜 그랬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