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의 처음에 대한 기억은 대게는 행위자보다는 행위를 보고 느끼고 했던 타자에게 더 큰 의미와 감동을 주는 경우가 많다. 특히나 기억의 필름을 되돌렸을 때 전혀 기억에 없는 일들이 상대에게는 잊을 수 없는 감동을 준다면 별거 안 하고 생색낼 수 있다.
아이가 어린이집에 다녀온 후 마스크 띠를 사달라고 했다. 사이트에서 며칠 전에 구매해 줬는데 무슨 말 인가했더니 같은 파랑새반에 친구 승기와 세진이가 한 것처럼 띠에 무늬가 있는 걸로 사달라고 한다. 이제 시작인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언론이나 대화 속에서 듣던 우리 아이도 남들처럼 사주고 싶어 하는 부모의 마음에 등골 브레이커니 하는 류의 굿즈 구매의 시작이 마스크 띠라니 시대의 아이러니다. 물론 그렇게 해주겠다고 했다. 그게 뭐라고 하는 마음에서. 첫 번째 굿즈 구매 요청
이렇게 아이는 기억하지 못하더라도 내가 기억하는 첫 번째가 서너 개 있다. 요즘도 명절 때나 내 아이의 짓궂음을 보면서 누굴 닮아서 저럴까라는 의문이 든다고 하면 엄마의 기억 속에 너는 훨씬 개구쟁이였다. 위험천만하게 차가 쌩쌩 다니는 길을 기어서 다니던 갓난쟁이였고 남의 집 콩밭의 콩을 하나하나 다 풀어놓아도 어쩔 도리 없는 악의 없는 악동이었다. 기억에 없지만 그랬다고 하니 그러려니 하는 수밖에. 이밖에도 내 기억 장소에는 없고 엄마의 기억 장소에만 남아있는 내 모습이 하나 둘이 아니다.
시대를 이어서 나도 내 아이의 하나하나를 기억해 두겠지. 그리고 이제는 예전에 비해서는 증빙이 훨씬 용이해졌다. 사진가 영상이 얼마든지 제출 가능하니까. 이렇게 우리의 삶의 단면들이 저장되고 복기되지만 그래도 삶의 본질은 라이브- 생으로 진행되고 되돌리수 없다는 점이 매력이다.
누구나 이번 생은 다 처음이다. 아이만 처음이고 50세라고 이번 생인 두 번째는 아니다. 이 사실은 앞으로도 변하지 않는 진실이다. 살아있는 동안 우리는 모두 처음 살이다.
떼쓰며 사달다고 하는 장난감이 아니고 필요해서 사달라는 첫 번째 구매 요청 건 접수했고 앞으로 있을 수많은 요청의 시금석이 될 것이다.
옆에 친구들이 사서 사주는 게 아니라 필요해서 사준다는 '합리성'으로 무장한 아빠의 말을 과연 6살 아이는 이해할까? 안 해도 좋다. 내가 이해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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