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걸음 더 가까이

- 어르신 앱 설치하세요

by hanxs

아파트 관리사무소에서 방송을 한다. 오전 10시 30분에 관리사무소 앞에서 홈관리 앱 설치를 지원해 준다는 내용이다. 3년 전 이사 왔을 때 그전에 살던 아파트와 다른 것이 많았지만 그중에서도 삶이 편해졌다고 느끼게 해 준 게 바로 '스마트홈'앱이었다. 핸드폰에 요긴하다 싶은 앱이라는 앱은 다 깔다 보니 이제 페이지가 5 화면은 더 넘어간다. 그중에서도 자주 쓰면 앱은 첫 화면에 모아두었는데 그 마저도 빈도에 따라서 최적화했다. 이 앱은 첫 화면 하단에 '프리미엄' 자리에 배치해 있다.


비가 오락가락하는 토요일 오전이라서 사람이 많이 나오지는 않았다. 설치되어 있지만 다른 내용이 있나 해서 가 봤다. 설치 지원을 나온 직원분은 '나 같은 분'은 안 오셔도 된다고 했다. 알아서 깔고 사용하고 있는 사람이 대상이 아니라고 했다. 이런 앱이 있는지 모르시는 분이나 알지만 설치하지 못하신 분을 위해서 나온 거라고 하셨다. 그래도 궁금한 몇 가지를 물어보고 관리사무실을 나오는데 갑자기 비가 쏟아붓듯 내린다. 답답한 실내에만 있다가 나온 거라서 비를 핑계 삼아서 천정이 있는 데크 쪽에서 비를 피할 겸 자리를 옮겼다. 원탁 테이블과 의자가 서너 개가 있다. 마침 꽃무늬 겉옷을 입고 챙이 넓은 모자를 쓰신 할머니가 먼저 의자 하나에 앉아계셨다. 내리는 비에 시선을 두고 있지만 반은 옆에 할머니도 시야에 들어와 있었다. 할머니가 슬며시 말을 건네신다


"안에서 뭐 나눠주나 보죠?"

"아파트 내부에 전등이나 가스를 관리하는 핸드폰 앱을 설치해 주고 있어요"

이어서 " 어르신도 설치하시면 편리하실 거예요"라고 말씀드렸다.

"우린 둘 만 있는, 80십이 다 된, 그래서 그런 거 쓸 줄도 모르고 필요 없어요"

"어렵지 않습니다. 간단해요. 일단 설치하시고 불편하시면 안 쓰시면 되죠?"

"..."

"그런데 인터넷 쓰세요?, 인터넷을 하셔야 설치가 될 텐데"

"우린 그런 거 안 쓰고 그냥 통화만..."

"아 그러면 안 되겠네요."

그리고 소소한 이야기를 조금 더 하고 대화를 마무리했다. 그 사이에 빗줄기는 조금 가늘어졌고 한 가지 더 궁금한 게 있어서 다시 관리사무소에 갔다. 궁금한 사항을 묻고 나오려던 차에 혹시나 하는 마음에 인터넷이 돼야 설치되는 거죠?라고 물었더니 그렇긴 한데 인터넷 안 쓰시면 핫스폿을 통해서 설치하고 이용할 수 있게 한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응 그래? 그럼 그 할머니도 설치하고 사용하실 수 있겠다'라는 생각에 다시 데크로 서둘러 갔는데 의자는 비어 있었다. 아까 대화중에 111동이라고 하셨던 기억에 그 동쪽으로 발길을 재촉해 봤는데 뵐 수가 없었다. 3분도 안 되는 시간이었지만 이미 집으로 가셨나 보다.

돌아오는 길이 괜히 죄송하고 서운했다. 정작 이런 앱이 필요한 분은 그 어르신인데. 가스를 끄고 나왔는지 다시 들어가 보면 꺼져 있었던 일이 한두 번이 아니라고 말씀하신 할머니에게 정말 필요한 앱인데, 안타까워서 집에 와서도 내 마음이 다 서운했다. 관리사무실에 방송을 한 번 더 해달라 할까 하는 오지랖도 생각까지만 했다.


어르신은 용기를 내서 먼저 말을 건네셨던 거 같다. 궁금한 마음에서, 그리고 앱이 무섭고 몰라도 한 번 해볼 의향도 내비치셨다. 그런 마음 갖기 쉽지 않은데. 내가 한 걸음만 더 나갔으면 결과가 달라졌을지도 모른다. 그 어르신의 도전만큼 나도 한 걸음 더 다가간 대응을 했더라면 할머니는 가스 걱정 없이 외출하실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다만, 또 다른 선한 이웃의 핫스폿을 이용하거나 공개 와이파이를 써야 하는 도전을 이겨내야 하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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