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딱한 맛

- 삐뚤어도 괜찮아, 김치찌개가 맛있으면.

by hanxs


실내에 있을 때 몰랐는데 나와보니 좋은 날이다. 파란 하늘 배경으로 솜사탕 뜯어놓은 듯 하얀 구름이 있는 모습이 반갑다. 12시 30분, 직장인의 점시 끼니 해결하는 시간이다. 평소보다 조금 멀리에 있는 식당에 갔다. 코로나에도 먹는 건 먹어야 하고 점심시간은 꼬박꼬박 돌아오고 있다. 도시락 혹은 식당의 갈등도 잠시 몰려가는 점심 메이트들과 차에 올랐다.


운전자 마음대로 간다. 어차피 운전대 잡은 사람 당기는 곳으로 가자고 다들 합의했다. 누구 하나 '강력히' 주장하는 사람도 없다. 언젠가 가본 맛있는 김치찌개 집을 가는 중이라고 시선은 앞에 두고 어디 가는지 묻는 조수석에 질문에 대답한다. 조수석에는 내가 타고 있다. 조금 긴장되는 상황은 평소 점심시간 동선과 다른 길로 간다는 점 하나와 '언젠가'라는 멘트에서 혹시 우리 멀리 엉뚱한 곳으로 갈지 모른다는 불길한 생각이 엄습했다. 얼핏 보이는 차량에 계기판의 온도는 31도씨였다. 체감온도는 40도 정도로 느껴졌다. 어디로 가는지 모르는 불안감과 마스크가 합쳐지니 온도 상승했다. 다행히 30분 정도 구불구불 흘러서 김치찌개 맛 집에 도착했다.

. 출입구를 등지고 자리에 앉았는데 실내 여기저기에 걸개에 메뉴와 시원한 냉면 그림이 걸려있다. 인생 냉면 7000원, 가격과 이름에서 모두 충격적이다. 저렴한 데다가 어떤 맛이길래 감히 인생 냉면이라고 명명을 했을까 하는, 어디에 대고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와중에 내 시선은 정면 벽에 걸린 기울어진 메뉴판에 가 있었다. 그러고 보니 아까 본 '인생 냉면' 홍보 걸개도 노란색 천에 고딕체로 프린트되어 있는데 왼쪽으로 약간 기울었다. 식사하는 내내 거슬리지는 않았지만 아무렇지도 않은 것도 아닌, 괜찮다. 아니다 사이를 시계추처럼 진자 운동하는 기분이다.


식사 후, 사소하지만 거슬리는 삐뚤어진 걸개를 보았다. 제대로 걸어주지 왜 저렇게 걸었을까 라는 불만 같은 생각이 스미는 찰나에 모든 것의 기원을 찾아가 보면 지금 보이는 것과는 다른 이유가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경험이 생각났다.

처음 회사 창업하고 회사에 직접 꾸미기를 시공하던 때가 떠오른다. 당시는 백수이자 괴짜인 절친 대학동창 P의 노동력을 아침부터 저녁까지 짜장면 한 그릇으로 갈음했다. 비용 대비 열 배 이상의 일을 했다. 책상을 나르고 집기를 옮기고 배치하고 벽지 스티커를 붙였다. 60평 정도 되는 빈 공간에 나무와 나뭇잎을 하나하나 붙이고 새도 한 마리 두 마리... 이렇게 붙였다. 그중에 한 마리는 자기처럼 좀 색다른 새라면서 하늘을 배경 삼아 배영하는 자세로 붙였다. 이후로 회사에 온 방문객들은 내부 인테리어가 이쁘다고 덕담을 했다. 종종 예리한 시선의 방문객은 다른 새들과 다르게 나는 '미친 새'를 보면서 잘 못 붙였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하지만 '잘 못' 붙인 게 아니고 '다 이유가 있는' 배치라는 말을 해 주었다.


어쩌면 김치찌개가 맛난 이 집에 걸개에도 그 나름의 사연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냥 대충대충 달다 보니 수평도 못 맞춘 것이 아닌 나름의 심오한 뜻 말이다. 이 집의 본질은 맛있는 김치찌개고 그 기본에 충실하였으므로 나는 대 만족한다.

삐딱하게 기울어진 걸개에 대한 싱거운 궁금증은 남겨두고 김치찌개의 매콤한 맛만 가져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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