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천원의 행복

- 다이소에서 쇼핑하기

by hanxs

하루를 마무리하면서 아이와 함께 산보를 갔다. 저녁 식사 후에 하는 산보만큼 심신에 보약 같은 존재가 드물다. 우선 밥 먹고 멍하니 TV를 보기 쉬운 유혹을 벗어나서 활동한다는 점이 좋다. 밥 먹고 나면 습관적으로 TV 리모컨을 들고 여기저기 채널을 헤집고 다니다가 마땅히 봐야 하는 내용도 아닌데 보기 시작하면 한두 시간이 훌쩍이다. 평일 저녁에 시간을 맥없이 보내는 일은 바보짓이다. 두 번째로 자연스러운 대화를 할 수 있다. 거창한 대화는 아니어도 하루 동안 떨어져서 각자의 생활 속을 알 수 있다. 점심 먹은 메뉴에서부터 친구들과 있었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다. 세 번째로는 운동의 효과다. 30분 남짓의 시간에 극한의 칼로리 소모가 가능하다. 럭비공보다 예측하기 힘든 6살 남자 생명체와 동행이면 한 시도 경계를 풀 수 없는 긴장의 행로라서 걷기, 뛰기, 높이 뛰기, 넓이 뛰기 등등 지상에서 소화 가능한 100여 개의 동작으로 움직이다보면 칼로리도 타고 속도 탄다. 덤으로 소화도 잘 된다.


이번 산보의 목적지는 평소 참새 방앗간처럼 들렸던 동네 마트가 아니라 다이소다. 나는 밤공기도 마시고 운동도 한다는 명분이 있지만 아이가 나와 같은 마음으로 나설 리 없다. 보통은 중간에 마트에 들러서 좋아하는 초콜릿 과자로 유혹한다. 그런데 오늘은 아이가 먼저 목적지를 몇 천원으로 다양한 물건을 살 수 있는 곳으로 정했다. 사고 싶은 색칠놀이책이 있다면서. 요즘 부쩍 색칠하기에 빠져서 어린이집에서 오자마자 색연필과 스케치북을 펼쳐놓고 색칠에 여념 없는 모습을 보면 괜히 설렌다. 자기 일에 몰입하는 남자에게서 느껴지는 섹시함 같은 게 6살짜리 꼬맹이에서 풍긴다면 아들바보 인증이겠지만, 조금 있기는 있다. 그 자태


주머니에 500원짜리 동전 10개를 챙겨서 나오니 든든한 마음이다. 다이소에서라면 원하는 품목을 구매하고도 돈이 남을 수 있다는 플렉스, 가게에 도착하자 아이는 출입구부터 책이 있는 곳까지 아이는 한달음에 직진이다. 가는 길에 늘어선 장난감이나 먹거리는 아랑곳하지 않고 전속력으로 질주하는 가리개를 한 경주마처럼 좌우를 거들떠보지 않고 직진하는 모습에 또 한 번 심장이 두근거렸다. 남자네... 이 녀석..ㅎ

동전 네 개로 아이가 원하는 책을 사서 돌아왔다. 돌아오는 길에는 동네 상점들을 하나씩 집어 보면서 왔다. 아이스크림 파는 편의점부터 치킨을 파는 가게, 전기 요품을 파는 전파사까지 알고 있던 곳부터 오늘 처음 알게 된 곳까지 아이의 머릿속에 차곡차곡 담아왔다.


단돈 2천원으로 값을 매길 수 없는 아이와의 작은 추억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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