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주 가는 카페가 있다. 회사 건물 뒤에 있는 곳으로 일부러 찾아간다. 우리 건물 1층 로비에도 있는데 그곳을 지나서 100미터 남짓을 가는 이유는 첫 번째는 맛 때문이다. 커피 맛에 민감한 편은 아니라서 쓴 맛이나 신 맛 정도에서 구분을 짓자면 신 맛이 덜한 편이고 한약처럼 쓴 쪽보다 는 설탕이 좀 있는 맛, 종합해보면 대략 바릴라 라테 맛이 딱 좋다. 너무 달다 싶으면 원샷의 아메리카노가 딱 좋다.
2012년 일산 킨텍스에 사무실이 있다가 빛마루방송지원센터로 이전했을 때 주변은 한적한 교외 분위기 물씬 풍겼다. 자유로에서 일산 쪽으로 빠져나오면 도로는 왕복 8차선으로 넓은데 주변은 고즈넉한 농촌 느낌이 물씬 풍겼다. 도심 방면에는 킨텍스와 백화점과 호텔 정도의 스카이라인이 있었지만 주변은 과수원이나 농경지 같은 넓은 평야지가 보였다. 그랬던 주변이 불과 2,3년 사이에 20층 이상의 아파트가 대나무 죽순처럼 여기저기 생겨서 이제는 기존 스카인 라인의 외곽선이 었던 건물들은 꼬마가 돼버렸다.
새로 생긴 건물 중에 EBS 건물과 우리가 입주해 있는 방송지원센터가 있다. 역시나 주변에 아파트에 둘러싸여서 실재 모습은 가까이 와야 인지가 될 정도다. 새로운 아파트는 많지만 음식점이나 카페 같은 시설은 아직도 많이 부족하다. 우리 건물만 해도 18층 건물인데 지하 1층에 식당이 5개에 카페는 달랑 1개뿐이다. 점심 식사도 지하보다는 차를 타고 나가거나 10여분 산보하듯이 주변 식당을 주로 간다. 카페는 선택의 여지가 없이 가야만 하는데 커피 맛 마저 별로다. 아이러니 하게 카페 명은 비행기의 최고의 자리라는 뜻을 '퍼스트 클래스'인데 실제 서비스와 맛은 이코노미석도 안된다고 푸념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가장 나중에 생긴 옆 건물은 원래는 명품쇼핑몰을 만들겠다는 목적이었다. 회사 주변 동네의 이름이 '한류월드로'다. 이름에서 감지하 듯이 이곳은 중국 관광객을 타켓팅한 관광지로 개발할 목적성을 가진 지역이었다. 정치적인 이유와 중국의 한한령 등의 악재가 겹쳐서 건물은 완성되었지만 입주하는 명풍점은 전무하다. 겨우 식당 몇 곳과 카페 하나가 있을 뿐이다.
반전 있는 건 이 외진 곳에 카페가 성업 중이다. 방송지원센터의 입주사 사람도 찾고 방송 관련 출연자 및 관련자들도 일부러 찾아간다. 맛과 친절 말고 이유를 찾아보면 '여유'인 듯싶다.
한 번은 15층 사무실에서 커피가 고파서 옆 건물까지 한달음에 갔는데 주머니에 지갑이 없다. 아이폰이라 페이도 없는 상태다. 다시 올라가는 게 너무 귀찮았다. 그래서 염치없이 '외상'으로 주세요 했더니 '그러세요' 하셨다. 아마도 내가 그럭저럭 다니며 얼굴이 처음 본 사람은 아니라서 '외상 커피'를 허락한 듯했다. 3천 원짜리 외상 커피, 처음 마셔봤다. 실은 우리 건물의 카페도 마찬가지 상황에서 'No'라는 답은 들은 기억이 있어서 더욱 대비가 되었을 것이다.
외상 커피가 핵심은 아니지만 소탐대실하지 않는 접근이 마음에 든다. 우리 삶이 그렇다. 작은 것에 연연하다가 큰 것을 잃을 때가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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