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까칠한 남자의 방랑
제인, 오늘 시간이 언제 되나요?
벌써 두 번이나 만 날 타임을 놓쳤다. 이번에는 꼭 봐야겠다. 그래서 조금 무리를 해서 정식에 퇴근해서 도심의 정체를 뚫고서 그녀가 있는 광화문으로 향했다. 사무실이 있는 일산 장항동에서 자유로에 진압하기 전까지 거치는 이면도로에는 신호등이 물색없이 많다. 시내의 외곽이면서 사람도 드문드문 다니고 근처 과수원이나 농지에 일을 가는 자전거를 탄 농부들이 길에 유유히 다니는데 다리는 차량 속도와 반비례한 느긋함이 위험하다.
원래는 혜영 씨를 만나야 하는데 여건이 허락해 주지 않는다. 예전에는 가능하면 한 달에 한 번 정도 없는 시간을 비집어서 신사동에 있는 그녀에게 갔었다. 혜영 씨를 소개해준 건 7년 전 연애시절에 여친 현 아내다. 아내도 나도 혜영 씨가 좋았다. 그녀는 절재 된 언행과 프로페셔널의 능력을 지지고 있었다. 처음 봤을 때 우리 셋은 조금 많이 어색했다. 둘이 같이 있고 나는 멀찍이 소파에 앉아서 눈인사만 건네었을 뿐이었다. 그렇게 수줍던 나는 과감하게 그녀에게 찾아갔다.
생긴 건 까칠하게 생겼는데 의외라는 말을 듣는 편이다. 예민할 거 같다는 나에 대한 첫인상, 마른 체형의 사람들에게 갖는 선입견 중 하나라고 치부하며 산다. 알고 보면 관대하고 너그러운 사람인데 억울해도 하는 수 없다고 체념하고 산다. 그런 내게도 예민하게 구는 일이 하나 있다. 누구나 다 자기만의 스타일과 멋을 추구하겠지만 나로 말하면 '남자의 멋'의 8할은 머리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머리 스타일에 대해서는 '양보'하지 않는 편이다. 그러다 보니 마음에 드는 헤어디자이너 만나기가 정직한 정치인 만나기 만큼이나 어렵다.
혜영 씨는 정확하게는 '혜영 선생'이라고 불리는, 아내 단골 미용실의 부원장님이다. 아내는 10년 넘는 단골이다. 아내는 주말에 예약을 하고 찾는 편이고 나는 강남 쪽에 일이 있고 머리를 깎을 타이밍이 맞으면 찾는 편이다. 그러다 보면 한 달에 한 번 규칙적으로 내방하는 일이 쉬운 일이 아니다. 그렇게 불규칙하다 보면 별 수 없이 눈에 보이는 가까운 헤어숍에서 머리를 깎고는 마음에 들지 않아 하는 일이 반복되곤 한다.
제인은 이번에 새로 오픈한 샵의 디자이너분이다. 머리를 깎아야 하는데 강남에 갈 시간과 기회가 마땅치 않아서 우연히 만난 분이다. 8월에 한 번 맡겼는데 잘 모르겠다. 혹시 제2의 혜영 선생이 될 수도 있는 거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다.
까칠한 남자의 '혜영 선생'찾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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