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영어.공부

- 100곰 영어 하기

by hanxs

영어 공부를 아직도 하고 있다는 사실은 놀랍다. 중학교 때가 시작이라고 치면 30년이 훨씬 넘는 기간 동안 영어라는 실용학문을 간헐적이든 집중적이든 매달렸는데 떠듬거리는 초등학생 수준으로 영어를 구사하고 있으니 답답하다. 그렇다고 이제 영영 이별을 고하기도, 체념하기에도 너무 오래 같이 와 버렸다.


실생활 속에서 사용할 일이 있다기보다는 어쩌다 필요한 비즈니스 미팅이나 해외 출장에 대비한 보험에 드는 심정으로 접근하다 보니 너무 멀지도 않고 가깝지도 않은 뜨뜻미지근한 관계가 우리 사이다. 공부란 다 때가 있다는 뻔한 이야기를 접목하고 싶지는 않지만 할 때 마스터했더라면 지금은 유지만 하면 될 터인데 시시포스의 힘 겨운 노동처럼 어느 순간에는 제자리로 돌아오는 무한 반복에 맴돌고 있다. 이 번에는 다를 거야를 10년 넘게 하고 있는데 되짚어보면 꾸준히 하루도 빠짐없이 못한 것이 제일 큰 진전 없음의 이유다. 비행기가 뜨려면 일정 속도 이상이 되어야 양력이 작용해서 하늘로 오르는데 그냥 비슷한 속도록 달리기만 하니 자동차는 될지언정 하늘을 날지는 못하는 꼴이다.


같이 하는 사람이 있으면 좀 낫다 싶어서 온라인 강의 라이선스를 하나 구매해서 나누고 같이 진도를 체크하고 있다. 온라인 강의를 듣는데 강사분의 시원한 멘트는 근거 없는 자신감과 기대감을 갖게 한다.


"이 내용 2주만 꾸준히 하면 3주부터는 확실히 감이 오실 겁니다"

"천 개 만 개 외우라는 게 아니에요. 여기 나오는 동사만 외우시면 됩니다" 등등

확신에 찬 목소리에 잠시 현혹도 되고 도취돼서 그래 이제는 다르겠지 하면서 하루하루를 하고 있다.


결국 언어는 계속 사용해야 한다는 알고도 못하는 실천에 달렸다. 유일한 사용 언어인 한국어도 태어나서 지금까지 하루도 빠짐없이 사용해서 겨우 남들만큼 하는데 다른 나라말인 영어는 절대 시간을 투입하지 않고 잘하기 바라는 도둑 심보를 버리고 절대 양을 확보하기로 했다. 그러고도 안되면 그때는 깨끗하게 손 털고 나와도 후회 없겠다. 사실 유창하게 강의하거나 토론할 정도는 아니라도 '부끄러움'을 좀 극복하면 아주 못하는 영어도 아니니까 살아갈만하다.


한 번도 포기하지 않았지만 제대로 해 본 적 없는 영어 공부를 평생 할 마음은 없다. 영어를 못해서 조금 불편하더라도 마음이 편하게 살 수 있다면 이런 대응 또한 방법이다. 삶을 사는 방식은 하나만 있는 게 아니니까.



#hanxs #영어공부 #야나두 #100곰 #삶의 방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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