탓 탓 탓

- 글쓰기의 어려움에 대한 핑계

by hanxs

7시에 기상하기 전에 이불속에서 먼저 뒤척인다. 6시일 때도 있도 있고 5시 49분일 때도 있다. 7시 알람 소리를 듣고 일어나는 일은 거의 없다. 시간을 맞춰둔 건 일종의 보험이다. 마지노선이다. 그때까지 깨어나지 않으면 일상의 루틴이 깨질 수 있다는 경고의 소리다.


요즘은 어제를 오늘에 복사해서 붙여 넣기 하듯이 동일한 패턴의 생활이 반복이다. C의 공포가 있기 전에는 그래도 저녁시간에 약간의 변주가 있었다. 반복된 리듬에 가끔은 강하게 일탈 하 듯 늦은 귀가도 있었고 드물긴 했지만 동창을 만나서 과거를 회상하 듯 철 없이 놀기도 했었다. 음주가무를 즐겨하지 않는다고 사람 만나기까지 꺼려하지는 않아서 술 안 마시고 2차, 3차도 잘 갔고 기분 내키면 맨 정신에 노래방도 갔었는데 이제 그런 삶은 추억의 저편에 있을 뿐이다.


소소한 변형도 허용되지 않는 변화가 원천 봉쇄된 삶에서 몸부림치듯이 변주를 가할 수 있는 여지는 겨우 집이란 공간 내에서나 가능하다. 가능성이 있다는 것과 실현하나는 건 별개다. 환경이란 바꾸지 못하는 상수다.


1시간 남짓의 격리된 시간에 A4지 1장을 써내는 능력이 아직 내겐 없다는 사실에 좌절할 때가 일주일이면 화요일, 목요일, 금요일, 토요일이다. 그리고 일요일과 월요일, 수요일도 느낀다.


격리에서 풀리면 거실이라는 광장으로 나와서 각종 행사를 한다. 어린 생명체는 오래 기다렸다는 듯이 회심의 미소를 짓는다. 트랜스포머 거실은 금세 야구장으로 변신한다. 축구장이 되기도 한다. 때로는 씨름장이 되기도 하고 자동차 경기장이 되기도 한다. 5센티미터 매트가 빈틈없이 깔린 거실은 무한 변신이 가능한 체육관이다.


시간 탓에 체력 탓에 환경 탓에 완전한 글이 나오지 않아서 괴로운 하루다. 정작 탓하고 싶은 대상 - 나 - 은 따로 있지만 선수 보호 차원에서 오늘은 유보한다.


내일은 엄살을 보약 삼아서 강건한 글이 나오는 작은 기적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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