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사람에서 글 쓰는 사람으로

- 글 쓰는 소년

by hanxs

100일의 시간 동안 많은 일이 있었다. 코로나 19라는 삶의 큰 획을 그을 만큼의 충격적인 바이러스의 출현으로 보이지 않는 공포의 전쟁을 지금도 그 여파가 진행 중에 있다. 보통의 삶을 살았다면 전 지구적인 격랑 속에 몸을 맡기고 흘러 다녔을 가능성이 높다.


사이트를 방황하다가 발견한 '100일 글쓰기 곰사람 프로젝트'를 보고 망설였지만 이제 갈팡질팡하면서 보내기엔 내게 남아 있는 시간이 너무 아깝다는 생각에 결심을 했다. 안드로메다 은하에 별만큼이나 멀었던 생각만 하던 머리가 행동하는 손을 만나고 나니 다음부터는 '일사천리'였다. 이제부터는 직진이라는 막무가내 정신으로 달려왔다.

100일은 많은 상징이 있는 숫자다. 집안의 귀한 아들로 태어나 100일 동안 무탈하게 자랐다고 잔치를 했었다. 주어진 일정표대로 착한 아들로 인생이란 궤도를 그대로 따라서 살아가다가 한 번의 변곡점이 되는 대입 입시 전 100에는 '백일주'라는 의식을 거행했다. 술의 중요한 게 아니라 남은 100 동안 최선을 다하자는 일종의 다짐 같은 것이다. 또 다른 100일은 군대에 가서 100만에 나오는 첫 휴가가 있다. 부모의 품속에 어리광 부리던 철없던 아들이 군대에서 일생일대의 최대 고생을 하다가 나오는 100일 휴가는 꿀맛이다. 연애 시절에는 만남 100일을 챙기는 일까지 인생의 크고 작은 시점마다 '100'이란 숫자는 위력을 발휘했다.


생물학적으로 더 성장할 수 없는 지금 시점에 의미 있는 숫자 '100'을 만났다. 100일의 글쓰기는 육제의 성장은 멈췄지만 정신의 성장은 아직도 무한히 가능하다는 도전이자 선물을 주었다. 날마다 나를 더 자세히 보고 주변을 보고 느끼고 생각하면서 여전히 나는 소년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작은 일에 상처 받기도 하고 작은 칭찬에도 우쭐거리며 인정받고 싶어 하는 내 안에 소년을 발견했다.


지금껏 내 의지로 100일 동안 진행했던 일이 무엇이 있나? 아무리 생각해도 없다. 대학시절 소위 운동권 선배가 했던 말이 있다. 많이 으스대며 가오 잡으며 했던 말 "한 사람의 열 걸음 보다 열 사람이 한 걸음...."라며 나름의 철학을 주입하며 똥폼 잡던 선배의 말속에서 지금의 나를 찾았다. 지금까지 수없이 결심하고 좌절하고 끝맺지 못했던 일이 지금이라고 쉬워진 건 아니다. 달라진 건 같이 하는 동무들이 있었다는 점이다. 하루 이틀... 백일을 향해서 조금씩 고지가 보이기 시작했다. 같이 하는 동료들의 힘이다. 4명이 함께 달리는 사이클 추월 경기처럼 앞으로 나가는 사람 뒤에서 바람의 저항을 덜 받으며 달리다가 두 번째 있던 선수가 앞으로 나가고 뒤쳐지는 선수가 있으면 격려하고 보조를 맞추며 진행하는 경기를 우리는 글쓰기를 통해서 진행하고 있다.


100일 글쓰기를 끝내고 나면?

200일 글쓰기가 있고 1000일 글쓰기가 있을 것이다.

처음 '작가란 날마다 글을 쓰는 사람'이란 정의를 봤을 때 조금은 어이없어서 실소가 나왔다. 그게 뭐냐? 좀 그럴듯하고 멋진 정의는 없는 건가.

그런데 막상 나도 '작가'가 되고 싶어서 흉내를 내다보니 얼마나 엄중한 말인지를 실감한다.


알고 있다. 100일 글쓰기가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는 사실을, 손에서 펜을 내려놓는 순간까지 여전히 머리를 쥐어뜯고 답답한 가슴에 고통의 나날을 보내게 될 것을. 다만 포기하지 않으며 쉽게 부서지지 않고 녹아내리지 않는 강철 가슴이 되리라는 것을 믿는다.


그냥 사람에서 글 쓰는 사람으로 그렇게 소년은 작가라 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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