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선물

- 전기장판과 온돌

by hanxs

어김없이 돌아온 명절이다. 코로나가 아무리 활개를 치더라도 명절로 향하는 시간은 째깍째깍 다가온다. 예년과 다른 건 민족의 대이동은 삼가 달라는 당부에 어르신들은 전화기 너머에서 손사래를 치면서 집에 있으라 한다. 이 번에는 오지 않아도 된다고 한다. 짧지 않은 삶 속에서 이런 경험은 처음이다. 실제로 총칼이 난무하는 육체적 고통의 전쟁만큼 공포를 주는 바이러스와의 전쟁이 인간에게 경고했고 우리는 그것에 응답했다.


추석 즈음이면 하는 일이 선물 리스트를 정리하는 일이다. 회사에서 한 해동안 고마움을 표해야 하는 고객을 추린다. 컴퓨터에서 연초에 만든 '2020년 설날 선물 리스트'란 제목의 엑셀 문서를 열어서 정리해 본다. 올해 추석은 조금 빡빡한 상황이라 명단을 최소화하기로 내부 방침 아래 넣고 빼기를 했다. 그러는 과정에 자연스럽게 빠지는 인물들은 지금은 우리와 거래가 없고 향후에도 없을 것이라는 냉정한 기준이 적용된다. 기계적으로 넣고 빼다 보면 추석이 정을 나누는 명절이었는데 여러 가지로 냉정한 명절이 된 거 같아 씁쓸하다.


리스트에는 스토리가 담길 여지가 없다. 회사 선물 리스트는 철저히 비즈니스 관계를 기반으로 한다. 어려울 때일수록 더욱 공격적으로 투자해야 한다는 고언도 현실에서는 건강하려면 운동 열심히 해야 한다는 말만큼이나 공허하게 다가오는 건 어쩔 수 없다.


이해관계를 기반으로 비교적 쉽게 온/오프를 하는 전기장판처럼 즉각적인 효과와 이해를 기반으로 만든 선물 리스트는 어딘지 공허하다. 적어도 추석이라면 오랫동안 관계를 기반으로 지속적으로 온기를 유지해온 온돌 같은 명단이 되어야 하는 거 아닌가 싶다.

금세 뜨거워졌다 전원을 끄면 차가워지는 전기장판이 편리함보다는 조금 느리게 열기가 올라오지만 오래도록 온기가 퍼지는 온돌이 내 스타일이다.

회사 선물 리스트도 온돌로 바뀔 수 있는 날이 하루빨리 오도록 더 노력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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