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즐 맞추는 커쇼

- 야구도 이기고 퍼즐도 맞추고

by hanxs

6살 아들과 합정 교보문고 나들이를 했다. 4절지 크기의 300피스짜리 헬로카봇 퍼즐을 들고 서 있는 모습이 마치 1인 시위를 하 듯 보였다. 사고 싶다고 할 때, 간망설임과 당혹감이 교차했다. 이미 공룡 책을 선택한 상태인데 추가로 사겠다는 말이다. 규칙 같은 건 없지만 보통은 1일 1개의 구매라는 암묵적 합의가 아이와 나 사이에 있었다. 아들도 인지하고 있기에 '사줘'라고 주장하지 않고 '사고 싶다'라고 표현했다. 책도 사고 싶고 퍼즐도 사고 싶다는데 어쩌지라며 선택의 몫을 아빠에게 건넸다.


"사고 싶으면 다 사. 그게 뭐라고 책 한 권, 퍼즐 하나 못 사주겠니"

(두 개를 다 사도 겨우? 별다방 커피 3잔 값이다)



야구를 사랑한다. 특히 MLB(메리저리그) 소속의 LA 다저스 '투수' 커쇼는 존경과 애잔함이 공존하는 선수다. 정규리그에서는 오랜 메이저리그 역사를 통틀어서도 최고의 결과를 만들었는데 정작 중요한 포스트시즌에서는 평소의 명성에 훨씬 못 미치는 성적으로 불운의 상징이 되고 있는 선수다.

LA-커쇼.jpg

그런 커쇼가 오늘(2020년 10월 2일) 디비전 시리즈 2차전 선발로 나와서 압도적인 투구로 승리했다. 절체절명의 순간에 만난 상대팀 선수들의 집요한 공격을 뿌리쳤다. 나는 그가 삼진을 잡으면 환호했고 안타를 맞으면 손에 땀이 났다. 같이 경기장에 있는 느낌이었다. 승리가 결정되는 순간 경기를 공유한 자의 자격으로 축배를 들었다.

보통 단체경기의 승리와 패배는 팀에 귀속된다. 축구, 배구, 농구 그리고 야구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야구는 특이하게 개인이 투수에게도 승리와 패전의 기록을 남긴다. 그래서 야구를 투수 놀음이라고 한다. 경기를 시작과 끝은 투수가 결정한다.


300피스 퍼즐을 맞추는 경기의 투수는 아들이고 아빠는 도와주지만 대신하지는 않는다는 점을 확실히 했다. 아이에게는 크기와 숫자 모두 평소 수준을 너머서는 도전이었다. 하다가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도와주지만 승리투수가 되거나 패전투수의 결과는 아들의 것이다.

테두리부터 한 조각씩 맞춰가는데 걱정했던 이상으로 어렵고 지루했다. 전체 완성된 모습이 한눈에 들어오지 않으니 아이는 실증과 짜증을 냈다. 제구가 안되고 폭투가 나오면 감독이 나와서 안정을 시키듯이 아이에게 잠시 쉬게 하거나 적절한 피스를 건네면서 포기하지 않도록 도왔다. 도왔다고 했지만 나에게도 쉬운 과제는 아니었다. 30분이면 끝날 수 있을 거란 예상은 빗나가고 1시간이 넘어서 마무리했다.


커쇼처럼 아이도 퍼즐을 자기 손으로 마무리했다. 마지막 피스를 맞추고 아빠와 하이파이브를 할 때, 아이는 오늘 승리한 커쇼 보다 300배 환하게 웃고 있었다.


행복한 날이다. 두 명의 커쇼가 승리했다.




#hanxs #커쇼 #퍼즐 #헬로카봇 #가을야구 #교보문고

keyword
작가의 이전글문화비축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