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OS 설치할 줄 아세요?
극비 사항도 아니면서 언제부턴가 나이를 묻지 마세요 모드로 살고 있다. 부끄럽지 않지만 나이를 듣고 나면 그 순간 보이지 않는 유리벽 하나가 둘러싸인 듯 답답한 느낌이 들 때가 있다.
사무실에 회의실용 키오스크가 있다. 컴퓨터가 탑재돼 있는데 가끔 말썽을 부린다. 언제부터인지 이런 말썽이 있으면 항상 '허차장'을 불렀다. 차장인데 컴퓨터 고장에 호출하냐고 하겠지만 허 과장이었던 시절, 더 이전에 허 대리일 때부터 이런 문제가 생기면 천하무적 홍반장처럼 멀티로 해결하는 사람이었다.
컴퓨터는 덤비거나 헤치지 않는데 두려워하는 모습이 목격된다. 정확하 시점을 기억하지 못하는데 기능이 많아지고 복잡해지는 만큼 점점 더 멀어지고 있다. 멀어지니 어색하고 불편하다. 불편함은 결국에는 이방인을 대하듯 하고 종국에는 대리인이 필요해진다. 낳선 사람을 보면 엄마의 치마 자랏 뒤로 숨는 5살 꼬마처럼 켜지지 않는 컴퓨터를 보면 '허차장'을 등 뒤에 서기 시작한다. 컴퓨터 앞에서는 5살 꼬마라면 호기심이라도 있으련만 이제는 노파심만 가득해 신기술을 두려워하는 테크노포비아 초기 증상의 한 남자가 있다.
앞으로 더 많은 기술과 기기들이 나올 텐데 그리고 모든 기기를 다 알 수 없기도 한데 어디까지 취하고 어디부터 놓아주어야 하는지 고민한다.
기준을 세운다면 '업(業)'에 관련된 기술과 기기는 포함하고 생활에 지속적 유대를 갖는 기술과 기기로 제한한다. 이 범위 밖 사항에 대해서는 관심과 스트레스 모두 반납한다. 멀티 플레이어인 척하지 않기를 지향한다.
IT 종사자로의 마지노선은 컴퓨터 OS 설치 가능 유무로 하기로 했다.
내 손으로 설치하면 현역이고 '허차장'이 깔아주면 퇴역이다.
#hanxs #테크노포비아 #현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