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금이 필요해
묵시적으로 자기의 공간이라고 흔히 착각하거나 혹은 재미 삼아서 주도권을 넘겨주는 일을 사람들이 한다. 특별히 연고에 기여한 바가 없음에도 왠지 잘 아는 동네, 건물, 가게에서 누가 주지도 않은 권리를 챙기는 모습을 본다.
시간이 엇갈려서 혼자 점심식사를 해야 했다. 한 끼를 그냥 때울까 하다가 제대로 먹자는 쪽으로 무게추를 바꿔서 평소에 가야지 하고 보관했던 밥집 리스트 중에 한 곳을 정해서 갔다. 언제부턴가 혼자도 먹을 수 있게 되고 나서는 이제 마음이 한결 가볍다. 그러고 나니 이제는 제한이 없다. 그렇게 게맛살 비빔밥을 살과 피가 되리라는 생각을 품고 당당하고 맛깔나게 먹었다. 찬으로 뜨끈한 미역국은 짭조름한 맛 이다. 평소 집에서 섭취 가능한 나트륨의 한계치보다 100배는 될 정도도 간간하다. 이렇게 섭취하지 않으면 영영 기회가 없을 만치 '소금'은 금지된 양념이다. 미역국, 콩나물무침, 양념이 된 단무지, 간장게장, 마른 김 그러고 보면 전체적으로 모두 간이 센 편이다. 무의식 중에 평소 접할 수 없는 '센 맛'이 식당으로 인도했다. 식사를 마칠 무렵 업무차 보려고 일정 조율하던 L에게서 전화가 왔다. 서로 일정 몇 개를 주고받았는데 어긋난 사랑처럼 쉽게 만남이 가능한 날을 잡지 못했다.
"지금 어디세요? 오후에 시간 되면 중간에 보죠?"라고 내가 제안을 했다.
"양천이고요. 4시에 안양 쪽에 미팅이 있긴 한데..."라며 말끝이 흐렸다.
"그러면 상암 어떠세요? 중간쯤이고 삼암 00에 별다방에서 봐요. 30분 이면 갈 수 있어요"
내가 이렇게 말하자
"아, 저도 30분 정도면 갈 수 있어요. 그리고 거기 알아요"
통화한 시간은 얼추 12시 50분이다. 서둘러 식사를 마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여기는 일산이고 제2자유로로 빠져서 가면 다을 수 있다. 30분이면. '어 근데 어떻게 알지 그곳?' 하는 의외로 쉽게 장소를 알아듣는 상대방의 반응에 다소 의외였다. 한참 설명할 필요 없어서 좋았는데 나름 '나의 장소'라고 생각했던 곳을 이미 알고 있음이 다소 서운한 혹은 미묘한 기분이다. 마치 나 혼자 쓰려고 감춰두었던 물건을 남들도 쓰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의 느낌, 순간, 별거다 소유욕이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L이 이 건물 별다방을 단박에 아는 사연이 재미있다. 뮤지컬 배우 지망생인데 L의 아내가 얼마 전 이 건물에 A방송국에서 하는 트로트 경연에 참여했다고 한다. 예선 3차까지 통과한 상태란다.
'아! 그래서 아는구나' 속으로 아니 겉으로 여기 안다고 해서 조금 놀랐다고 말했다.
누구나의 공간인데 나 혼자 내 지분의 공간이라 생각했던 거 같아서 조금 머쓱했다. 싱거운 생각하는 내 마음에 소금 간 좀 해둬야겠다.
#hanxs #소금 #소유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