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삶 느리게 그래도 흔적
후회는 작은 알갱이로 되어 있다. 한 주먹에 쥐면 족히 30개 정도는 담을 수 있고 단단하기는 진주만큼 이라서 방심한 마음 여기저기 흩어진 후회를 밟았다가는 엉덩방아 찢기 십상이다. 언제 주워 담았는지도 모르게 부지불식간에 하나 둘 담아 논 이 녀석들은 주머니에 먼지처럼 담겨있다. 좋은 것도 아니면서 이리저리 굴리는 재미가 또 있는지라 쉽게 버리지도 못한다. 잊어버렸다가도 어느 틈에 빼곰이 얼굴 내밀기가 특기다.
시간이 흐르면서 하던 일만 하기도 버거운 시절인데 부러 새로운 - 실은 끄집어낸 모습이 새로울 뿐 오래 품속에 있던 일이라서 어디 하나 신선한 건 아닌-일은 하기 쉽지 않다. 종종 년 초에 끄집어내서 '올해는 꼭 00 해야지'이라는 결심도 매년 나이를 먹었으면 벌써 성년이 되었을 것이다. 그것이 운동이기도 했고 영어기도 했고 글쓰기이기도 했고 그림 그리기이기도 했다. 이렇게 언젠가 해야지 하고 쟁여둔 목록들과 함께 헛나이 먹은 결심만 모아도 EPL 축구팀 하나쯤 만들 수 있다.
압축해 보면 인생 이력에 한 줄을 채우려는 몸부림이다. 태어나서 대학교까지의 부모님의 계획에 근거한 역사고 밥벌이부터가 진정 내 역사라면 여기도 어쩌면 순도 100% 내 것은 아니다. 게다가 한 번 '직장인'으로 진입하고는 예측 가능하고 변화 없는 생활의 연속이었다. 최근 다른 나무 한그루 심기를 하고 있다. 너무 늦은 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없지는 않다. 50세, 60세, 70세 얼마든지 할 수 있다고 머릿속 속삭임으로는 온몸을 묶고 있는 현실 이란 밧줄을 풀러 낼 수 없다.
지금 당장 훨훨 다 털고 새로운 나무 심기만 하기에는 지금 것 키워 온 사과나무의 열매가 달콤하다. 주렁주렁 매달린 사과도 잘 수확하면서 새로운 나무도 키우다 보면 조금 더디더라도 키울 수 있을 것이다.
그냥 좀, 느리게 가더라도 아니 가는 건 아니니 뚜벅뚜벅 걷다 보면 그곳에 다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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