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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nxs Oct 11. 2020

면역력에 대하여

- 꽃길을 걷고 싶다면

나이가 들 수록 면역력이 떨어져야 정상이다. 주변을 보면 나만 다른 세상에 살고 있는 건 아니기에 젊고 나보다 어린 사람들도 여기저기 삐걱거리는 하소연을 한다.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몸은 점점 노화되고 있다. 슬프다기보다는 엄연한 현실에 대한 자각이란 면에서 거침없이 다가오는 생각의 조각들이다.


몸의 면역력이 확연하게 떨어지는 느낌에 비해서 정신적인 면역력의 하나인 잔소리에 대해서는 이제 웬만한 소리에는 끄떡없는 내성이 생겼다. 한두 번 들을 때 상처 받거나 마음속에 격랑이 일어나던 시절의 내가 아니다. 평온하고 바다처럼 되어버렸다. 조금의 독성 정도는 자연스럽게 정화해 내는 넓은 바다 말이다. 문제는 격락이 일어서 바다가 움직여줘야 하는데 잔잔하다는 점이다. 잔잔한 바다에는 돛단배가 움직이지 않는다. 바람이 불어야 속도를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나갈 수 있다.


몸의 면역력 떨어진 건 아쉽다. 세월을 거스르고 싶은 마음도 힘도 없다. 그런데 마음에 면역력이 높아진 건 좋은 건지 아닌지 선뜻 판단 못하겠다. 세상에 무뎌져 가는 모습의 다른 표현이 아닌가 싶어서다. 알 만큼 알고 해 볼만큼 했다는 은연중의 자부심이나 해봐서 아는데 라는 정체된 세대의 전형으로 가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자기반성을 한다.


몸의 낡아지는 건 막지 못한다고 해도 마음은 단단히 젊음을 유지할 수 있다고 자신했고 지금도 그렇게 사는 중이다. 깊은 물처럼 부하뇌동(附和雷同)하지 않는 것과 반응하지 않는 것은 다르다.


깊고 넓은 바다 같은 사람이되 눈 감지 않는 사람이 돼야 한다. 가고 싶고 보고 싶은 것에만 귀 기울이면 언제가 가야만 했고 듣기 거북해도 들어야 했던 것들이 나의 길을 가로막을지 모른다.


꽃길이 아름다운 걸 아는 건 거친 황무지를 경험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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