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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nxs Oct 10. 2020

사회적 공공재

- 타인도 나처럼

가을 하늘을 외면할 수 없는 하루, 어디를 가더라도 좋았겠지만 그래도 선택을 해야 한다. 사람이 많으면 안 된다. 실내도 안된다. 야외면 좋겠다. 그리고 너무 먼 거리면 힘들다. 여러 가지 조건을 조합해 보면 서울에서 야외에서 놀 수 있는 곳으로 압축된다. 공원이라면 야외이고 사람이 있더라도 사회적 거리를 확보할 수 있고 자연스럽게 뛰고 달리고 공 놀이도 하고 모래 놀이도 한다.


매번 문제은행에서 문제 선별해서 시험문제를 내 듯이 그날의 컨디션과 조건을 조합하는 작업을 하다 보면 뻔한 장소만 나온다. 새로운 문제를 발굴하려면 그만큼 공부하고 색다른 시각을 가지고 시도해야 하는데 반성해야 한다. 노력이 부족했다. 그래도 다행인 건 별 재미없는 장소와 같은 놀이에도 호응하고 놀아주는 모습이 한 편으로는 너무 고맙다가도 너무 힘들게 하는 모습에 짜증이 나기도 한다. 용산가족공원에 갔다. 어느 정도 예상했던 그래로의 모습이 그려졌다. 토요일 오후 3시에 바로 들어갈 곳이 아니다. 처음 주차장 입구에서 200미터 전에 끝 차 뒤에 차를 대고 있는데 앞에서 차들이 한 대 두대 옆 차선으로 빠져나간다. 아마도 기다리다 지쳐서 진행이 안되니 빠져나가는 차들이다. 그렇게 5분도 안된 시간에 차가 5대가 빠졌다. 속으로 '이 정도면 30분이면 들어가겠다'라는 희망이 싹텄지만 소리 내서 말하진 않았다. 아이에게 말했다가 혹시나 예상이 빗나가면 더 낙담하니까. 역시나 주차장 진입은 생각보다 더 걸렸다. 겨우 4시 직전에 입성에 성공했다. 


잔디에서 공을 가지고 놀았다. 아이는 고정으로 하고 아내와 내가 교대로 대적했지만 체력을 이겨내기는 역부족이다. 이렇게 10여분 남짓을 보내는데 구원의 빛이 보였다. 로켓 발사체 모양의 봉에다 로켓 모양의 플라스틱 봉을 끼우고 발사체 하단부에 호스로 연결된 마감부에 공기주머니를 힘껏 밟으면 로켓이 하늘 높이 날아가는 장난감이 공놀이 하는 잔디 옆에서 어느 아저씨가 같이 온 6살 딸을 위해서 해주고 있었다. 아이가 공놀이 하다 말고 로켓에 관심을 뺏겼다. 나도 하고 싶다고 말풍선이 머리 위에 떠 있는 게 보였다. 그래서 같이 좀 해도 되겠냐고 물었더니 흔쾌히 그러자고 했는데 결국에 로켓을 가지고 노는 건 우리 아이였다. 아이와 동갑이 여자아이는 별로 흥미가 없었다. 흥미 없는 주인 덕에 흥미 가득한 객만 신나게 즐겼다. 처음에 요령이 없어서 불발되거나 2~3미터 정도 수직상승에 그쳤는데 10분, 20분 하다 보니 이제 어른 키의 서너 배 정도 높이까지 가능해졌다. 옆에서 종종 내가 한 번씩 쏘아 올려주면 세상 다 가진 듯이 즐거워했다. 


그러고 보면 여기 오는 사람들은 대부분 비슷한 상황이다. 아이들과 함께 온다. 애완견과 오는 사람도 많지만 대게는 초등학생 정도 아이들이나 취학 전에 아이들까지 더 어리게는 유모차에서 옹알거리는 아이부터 이제 겨우 걸음마를 띤 아이들까지 조금씩의 단계는 다르지만 아이와 놀러 온 가족들이 많다. 모래 놀이 때도 잔디에서 놀 때도 그랬는데 옆에 아이들과 자연스럽게 어울려 놀기도 하고 어른들은 자기 아이뿐 아니라 같이 노는 아이들까지 같이 돌봐준다. 공동의 책임처럼 내 아이와 다른 아이 가리지 않고 돌봐주는 모습에서 자신은 사회적 공공재라고 했던 지인이 생각났다. 교육공학을 교수인 C는 자신이 사회의 배려 덕에 그 자리에 있다고 했다. 편안히 공부하고 성취할 수 있는 사회적 장치가 당연한 듯 보여도 노력의 산물이니 자기는 이런 사회를 위해서 공헌하겠다고 했다. 


공감했다. 모든 사람은 사회적 공공재다. 사회 구성원들이 베푼 배려, 사랑, 보살핌이 없었다면 당연해 보이는 결과들은 당연하게 얻어지지 않는다. 구성원으로 책임을 갖는 일의 시작은 항상 가까운 곳, 바로 지금 내가 만나는 타인부터다. 



#hanxs #공공재 #배려 #용산가족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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