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디지털 정보의 주인공은 바로 나
시계를 보니 오후 1시다. 맛집으로 소문난 불고기 백반집으로 향했다. 처음 간 동네지만 문제 될 게 없다. 검색해보고 주변 맛집을 찾았는데 리뷰나 별점 등 집단 지성을 믿어보기로 했다. 광고일 확률도 있지만 나름 경험과 지식을 동원해서 호객이 되는 일은 방지했다. 실제 사용후기를 보고 선택한 곳이다.
식당을 찾는 일은 지도 앱을 이용한다. 현재 위치를 기반으로 주변에 있는 목적지를 검색한 후 찾아가는 일, 이제는 자연스럽고 흔한 일이다. 모바일 세대뿐 아니라 기존 세대도 이제는 이런 환경에 적응해야 한다. 아직 끝이 아니다 작은 난관이 하나 남았다. 키오스크에서 주문해야 한다. 최근에 많은 곳에서 키오스크를 통해 주문하는 방식으로 전환했다. 주문하는 사람이 없을 때는 부담이 덜하지만 뒤에 사람이 많을 때는 식은땀이 난다. 그래서 소심하게 그냥 지나칠 때도 있었다. 이렇게 문명의 이기와 점점 멀어지는 건가 하는 회의감이 들다가도 이런 시대에 적응하고 살아남아야지 하는 오기(傲氣) 섞인 다짐을 해 본다.
식당은 특이하게 혼식한 밥을 양은 도시락통에 담아서 주었다. 도시락통을 보는 순간 과거로 시간여행을 하 듯이 추억이 떠올랐다. 넉넉한 집과 그렇지 못한 집의 반찬이 달랐다. 맨날 집에서 먹던 김치 반찬만 가져오는 친구, 어쩌다 맛난 반찬이 나오는 친구, 매일 다른 반찬과 기름진 소시지나 장조림 같은 반찬이 나오는 친구 같이 도시락통에 담겨오는 반찬의 종류와 양은 집의 부를 간접적으로 가늠하는 척도였다. 불과 얼마 전처럼 느껴지는 아득한 20세기 초등학교 풍경이다.
21세기 지금 우리는 특별히 의식하지 못하고, 눈에 보이지 않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각자의
'디지털도시락'을 들도 다니는 중이다. 습관적으로 들락거리는 웹 사이트, 맛집 검색, 영상, 음악, 웹툰, 이북, 쇼핑 목록을 종합해보면 내가 나를 아는 것보다 더 많은 사실들을 알 수 있고 미처 내가 깨닫지 못하고 있는 '나'에 대한 정보가 생긴다. 이런 정보 하나하나가 나의 디지털도시락의 반찬들이다.
어릴 적 친구들과 도란도란 모여서 나눠 먹던 도시락이 서로의 정(情) 확인하고 확대하는 도구였다면 지금의 '디지털도시락'은 개개인을 하나하나 분석하고 대상화하는 도구가 되었다. 데이터 자체는 무해(無害)하지만 누가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서는 유해(有害)할 수 있다는 점을 알고 슬기로운 디지털 생활을 해야 한다.
보통 사람들은 지난주 2020년 10월 13일 무엇을 했는지 거의 기억하지 못한지만 디지털 세상에서는 아침부터 잠자리에 드는 순간까지 모든 디지털 흔적에 대해서 또렷하게 기억하고 분석하고 있다. 내 것인 듯 내 거 아닌 나의 정보다. 한 번 노출된 정보를 되돌리기는 나중에 먹겠다고 아껴두었던 햄 하나를 날름 집어간 친구에게서 돌려받는 일보다 1000배는 더 어렵다.
그러니 내 정보의 주인은 바로 '나' 자신이라는 점을 항상 기억 하자.
#hanxs #디지털도시락 #빅데이터 #도시락 #양은도시락 #디지털지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