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아침 8시의 쓸모

- 12년 전 아바타의 리마스터링을 보고

by hanxs

일요일 아침 8시 20분의 쓸모가 점점 커지고 있다. 적어도 한 달 전에는 이 시간은 있지만 없는 시간처럼 소비되었다면 얼마 전부터는 꽤 의미 있고 솔솔 한 재미를 주는 시간으로 변모했다.

사라지던 시간을 색깔 있고 맛도 나고 향기 나는 입체적인 시간으로 탈바꿈시켜준 매개체는 바로 '영화'다.


영화, 사실 1년에 서너 편도 못 봤다. 코로나가 발생한 시점부터로 따지면 그 횟수가 더 감소했다. 1년에 한 두 편을 보는데 첩보작전을 방불케 할 정도로 가족이 모두 잠든 후에 몰래 심야에 보거나 명절날 아내와 교대로 보거나 하는 혼자 보는 영화의 시간을 갖였더랬다. 비단 나 개인의 문제라기보다는 통계청의 자료를 봤더닌 코로나 이전 2019년도에 영화 관람률이 58.4%였다가 2020년에는 통계자료가 없고 21년에는 16.3%로 급감한 것으로 나왔다. 이 통계보다 더 극단적인 샘플이 바로 우리 가족이라고 할 수 있다.


아이가 8살이 된 올해부터는 아니다. 가족 다 같이 본다. 적어도 혼자 보는 영화가 아니고 가족이 같이 보거나 혹은 아이와 함께 본다. 8살이 되고 나서부터는 이제 엄마 아빠 손을 붙잡고 팝콘을 먹는 재미로 잠든 눈을 비비고 용산 아이파크에 CGV로 따라나선다. 그렇게 보기 시작한 영화 목록이 심상찮다. 탑건 2, 공조 2, 알라딘(실사판), 아바타 리마스터링에 이른다. 아이의 나잇대에 맞춘 게 아니라 역으로 부모가 보고 싶은 영화에 아이를 적응시킨 예다. 이렇게 적응시키기 위해서 치밀하고 조직적인 사전작업이 있었다. 탑건 2와 공조 2를 보기 위해서 미리 탑건을 TV로 예습을 시켰다. 톰 아저씨에 대한 호감과 비행 전투씬에 대한 흥미는 자연스럽게 탑건 2로 이어졌고, 공조 2는 반대의 케이스다. 우선 이번 영화를 보고 공조 전편을 보는 방식을 취했다. 이 또한 아이가 좋아했다. 알라딘 같은 경우는 동화책으로 흥미를 키운 다음 영화로 전개했다. 이렇게 세 편정도 영화와 팝콘이라는 좋은 리추얼을 만들어주니 아이도 자연스럽게 일요일 아침 8시에 조조영화를 본다.


이번에 본 아바타 리마스터링 버전은 아빠의 경험을 위한 아이의 지원이라는 면이 강하다. 2009년에 천만이 넘는 관객을 동원해서 웬만한 성인이라면 누구나 다 알고, TV에서도 자주 상영했는데 아직까지 한 번도 제대로 본 적 없는 나를 위해 반강제로 예매해서 봤다. 극장 로비에서 고소한 커피를 만끽하는 아내의 모습과 3시간짜리 영화를 보는 아빠와 아들의 풍경은 1년 전이라면 상상하기 어려웠던 장면이다. 러닝타임이 3시간이 넘어서 조금 걱정을 했는데 막상 영화 보는 동안은 지루할 틈이 없었다. 아이는 긴 시간을 찡얼거리지도 않고 잘 보고 나와서 엄마에게 너무 재밌었다고 아바타 2도 보고 싶다는 후기를 남겼는데 되려 아빠는 4D * 3D 영화에 적응 못하고 어지러워서 힘겨워했다.


리마스터링이란?

이전에 존재하던 기록 본의 화질이나 음질을 향상시키는 작업




처음 일요일 8시 조조영화 관람은 일회성 이벤트로 시작했다. 매주 일요일마다 이번에는 어디를 가야 하나에 대한 답변 중 하나로 택했던 극장이었다. 자칫 한 번의 경험으로 끝날 뻔했던 경험이 가족 모두의 만족으로 상시 행사로 자리 잡았다. 얼핏 봐도 우리처럼 아이와 부모가 오는 사람들, 다정하고 부지런한 커플들, 혼자 영화를 즐기는 사람들 등등 적잖은 사람들이 일요일 아침을 채우고 있었다. 경제성이 중요 요소는 아니지만 비교적 저렴하면서 가족이 함께 추억을 만들 수 있는 좋은 도구임에는 틀림없다.



#아바타 #조조영화 #팝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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