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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토피아 Feb 23. 2020

웨딩 스튜디오 촬영기

 스튜디오 촬영, 현실과 이상의 차이

웨딩 촬영용 드레스를 셀렉하고 어느덧 스튜디오 촬영일이 다가왔다.

우리가 촬영하는 '원규 스튜디오'는 인기가 많은 스튜디오여서 3~4달 전부터 예약을 하는 게 좋다고 플래너가 조언을 하였다.

그리고 스튜디오 촬영 사진 앨범 및 액자가 완성되는데 3달 정도 걸린다고 하여서 10월 본식 3달 전에는 촬영을 해야 본식에 액자를 놓을 수 있었다.

그래서 6~7월 정도가 적당한 날짜였는데, 7월은 날씨가 더워서 메이크업이 땀으로 지워질까 봐 6월 말쯤으로 날짜를 정하게 되었다.

원하는 날짜로 하기 위해서 3달 전부터 예약을 해놨는데 어느덧 촬영일이 다가오니


'시간이 참 빠르게 지나가는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스튜디오 촬영을 하기 전에는 '원규 노블레스' 화보를 보며


'우리도 이렇게 멋진 스튜디오 사진을 찍을 수 있을까?'


라는 기대와 설렘을 가지고 있었다.

특히 '원규 스튜디오'의 한옥 콘셉트가 좋아서 스튜디오 촬영까지 결정하게 되었으니 더욱 많이 기대가 되었지만 좋은 사진을 찍을 수 있을지 살짝 걱정이 되었다.


"그래도 우리 10시간 동안 제주도 스냅도 찍었으니 4~5시간 정도 촬영하는 스튜디오 사진은 괜찮지 않을까?"


라고 오빠에게 물었고 오빠는


"제주도에서 촬영을 할 때는 매우 춥고 바람도 많이 불었지만 스튜디오는 날씨 영향이 없어서 더 찍기 편할 것 같아."


라고 대답을 하였다.

그렇게 스튜디오 촬영은 확실히 제주도에서 리허설(?)을 해서 그런지 덜 걱정되었다.

스튜디오 촬영 당일날, 먼저 메이크업샵인 '에스휴'로 가서 메이크업을 하게 되었다.

제주도의 한적한 곳에서 메이크업을 받았다가 사람이 북적이는 청담동 메이크업 샵에서 메이크업을 받으니 신기한 기분이 들었다.

내 옆에서 메이크업을 받는 사람이 어디서 많이 본 사람 같더니 연예인이었다.


'청담에서 메이크업을 하는 덕분에 연예인과 함께 메이크업도 받고 신기하네.'


라는 생각을 하며 메이크업을 받았었다.

제주도에서는 나 혼자 받아서 대기 시간이 없었는데 이 곳은 사람이 많아서 그런지 메이크업받기 전, 헤어 스타일링을 받기 전 등 대기시간이 좀 길었던 점이 불만이었다.

그래도 메이크업 실장님이 꼼꼼하게 잘해 주셔서 메이크업은 만족스러웠다.

메이크업을 받고 나서 드레스샵 헬퍼 이모님이 오셔서 드레스를 입혀주었다.

원규 노블레스는 첫 촬영에서 머메이드를 입는다고 해서 머메이드부터 입었는데 꽉꽉 조여서 숨쉬기 힘들었었다.

헤어는 스튜디오 촬영을 할 때 풀은 머리, 묶은 머리, 올린 머리 등 스타일을 다양하게 하려면 처음에는 머리를 푼 상태인 게 좋다고 해서 머리를 풀고 웨이브를 살짝 넣었다.

바람이 강했던 제주도처럼 단단하게 머리 고정을 하면서 올리지 않아도 돼서 헤어는 금방 끝났다.

메이크업과 헤어를 모두 마치는 데는 세 시간 정도 시간이 소요되었고 오빠의 메이크업과 헤어 시간은 40분 남짓으로 금방 끝났다.

그래서 내가 메이크업을 받는 동안 남은 시간에 오빠는 스튜디오 촬영 중에 점심시간이 따로 없다고 해서 간단히 점심으로 먹을 김밥을 사러 갔다.

보통 신랑, 신부가 스튜디오 사진작가, 헬퍼 이모님 점심도 챙겨가는 게 매너라고 해서 총 4인분의 김밥을 준비해 갔다.

메이크업을 다 받고 스튜디오 까지는 20분 거리로 금방 도착하였는데 머메이드 드레스를 입고 차를 타고 하니 앉아 있는 것 자체가 매우 힘들었다.

스튜디오에 도착하고 나서 간단하게 메이크업을 고치고 헬퍼 이모님이 귀걸이와 티아라를 씌워주셨다.

원규 노블레스 스튜디오는 층마다 2가지 정도의 콘셉트가 있는데 화보 콘셉트와 비슷하게 사진을 찍는다.

1층에는 한옥 콘셉트로 꾸며져 있고, 2층에는 클래식한 분위기의 가구와 소품으로 꾸며져 있다.

3층은 캐주얼한 콘셉트로 되어있다.

1층 한옥 콘셉트부터 찍게 되는데 원규 스튜디오는 층당 한 커플만 사진을 찍는 것이 원칙이어서 다른 커플을 신경 쓰지 않고 사진을 찍을 수 있어서 좋았다.


"손가락을 좀 더 위로 올려서 면사포를 잡으시고 고개는 30도 정도 더 기울여 주세요."


라고 작가가 말했다.


"네에? 이렇게 기울이면 30도가 되는 건가요?"


라고 나는 살짝 당황해서 대답을 하였다.

제주도에서는 그냥 표정만 좋으면 느낌 좋다고 하시면서 사진을 찍었는데 스튜디오 촬영은 훨씬 디테일을 신경 쓰는 느낌이었다.

거의 화보와 똑같은 포즈를 취하게 하는 것 같았다.

그래서


'우리 사진도 화보와 비슷하게 나오겠지?'


라는 기대를 했었다.

처음에는 의욕을 가지고 작가님이 시키는 데로 열심히 따라 했지만 드레스는 점점 더 나를 옥죄여오고 힘이 들기 시작했다.

그래도 한옥 세트장이 정교하고 잘 만들어져서 예쁜 사진이 나올 것 같았다.

한옥 세트장에서 실크 머메이드를 입고 사진을 찍은 다음에 윗 층으로 올라갔다.

이번에는 다른 콘셉트로 사진을 찍기 때문에 드레스를 갈아입게 되었다.

갈아입을 드레스는 작가님이 어울리는 드레스로 골라서 얘기해주었고 캉캉 드레스로 갈아입게 되었다.

캉캉 드레스는 클래식한 느낌의 원규 드레스 콘셉트랑 잘 어울렸다.

예쁜 분홍색 소파에 앉아서 다리를 꼬으면 오빠가 구두를 신겨주는 콘셉트의 사진도 찍었고 멋진 청담동을 큰 창문 배경으로 쳐다보며 찍는 사진도 찍었다.

그리고 전구들이 반짝이는 벽을 배경으로 찍은 사진도 매우 반짝 반짝이며 예쁘게 사진이 나왔다.

다음으로 개화기 콘셉트로 사진을 찍었는데, 이번에는 예복 업체에서 대여한 커플 턱시도를 입었다.

오빠의 회색 예복과 나의 회색 원피스가 개화기 콘셉트에 잘 어울려서 독특한 분위기의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간단히 점심도 먹을 겸 잠깐 20분 정도 쉬었다가 찍을게요."


라고 작가가 말을 했었고 우리가 사 온 김밥을 먹게 되었다.


'계속 허리를 엄청 조이던 드레스 대신 원피스를 입고 김밥을 먹으니 좀 살 것 같네.'


라고 생각하면서 김밥을 맛있게 먹었었다.

물론 배가 많이 나올까 봐 조금만 먹어야 돼서 다소 아쉽긴 하였다.

다음으로 에이라인 드레스로 갈아입고 사진을 찍었다.

이번에는 배경 없이 신랑 신부만 돋보이게 찍는 사진과 다른 여러 배경의 사진을 찍었다.

이때 저번에 제주도 웨딩 스냅을 찍을 때 제작했던 가랜드를 요긴하게 사용하였다.  

그리고 어느새 마지막으로 캐주얼 콘셉트의 사진을 찍는 시간이 다가왔다.

사실 우리는 커플 턱시도를 준비해서 따로 캐주얼 콘셉트에 입을 옷을 준비하지는 않았다.

그런데 우리의 커플 턱시도는 캐주얼 콘셉트에 맞춰 찍기에는 너무 심각(?) 해 보여서 콘셉트와 어울리지 않아서 문제였다.


"그럼 입고 온 사복을 입고 자연스럽게 찍는 게 어떨까요?"


라고 헬퍼 이모님이 말씀하셨고 우리도 그 방법도 괜찮을 것 같아서 입고 온 사복을 입고 사진을 찍었다.

그리고 12년 사귄 커플이라서 그런지 자연스럽게 찍는 캐주얼 사진에서 매우 자연스러운 모습이 찍힌 것 같다.

그래서 다행히 캐주얼 커플룩을 준비하지 않았지만 따뜻하고 자연스러운 커플의 모습이 나올 수 있었다.


"수고하셨습니다. 촬영 다 끝났고요, 촬영된 사진 셀렉은 일주일 후에 하러 오시면 돼요."


라고 작가님이 설명을 해주셨다.

스튜디오 사진 촬영은 제주도 웨딩 스냅보다는 짧았지만 제주도 웨딩 스냅은 중간중간 장소 이동 시간이 있어서 쉬는 시간이 있었던 반면, 스튜디오는 쉴 새 없이 사진 촬영을 해서 체력적으로 많이 힘들었었다.

특히 나를 옥죄이는 드레스를 입고 30도 각도, 손가락 디테일 하나하나 신경 써야 되는 것도 힘들었던 점 중에 하나였다.

그래서 촬영이 끝나서 더욱 홀가분했었다.   


일주일 뒤 사진을 셀렉하러 '원규 노블레스' 성수점으로 갔다.

원규 노블레스는 사진 촬영은 청담점에서 하고 셀렉은 성수점에서 한다.

셀렉은 20 페이지까지 무료여서 20페이지를 맞추려고 노력하였다.

그런데 셀렉을 하면서 사진을 보니 생각보다 너무 통통하게 나왔다.


"원규 화보 같은 사진을 기대했는데 역시 모델이 중요한가 봐 역시 이상과 현실의 차이가 크네, 흑흑."


라고 내가 말하였고


"그래도 보정을 하면 괜찮을 거야. 제주도 스냅도 그랬잖아?"


라며 오빠가 나를 위로해 주었다.

비록 기대했던 화보와 같은 사진은 아니었지만 모델이 다르니 그건 어쩔 수 없다.

보정의 힘을 믿으면서 제일 잘 나와 보이는 사진을 골랐었다.

20페이지를 최대한 맞춰서 골라보려고 했지만 700여 장이 되는 사진 중에서 20장만 고르기는 어려워서 30장 정도 고르고 직원이 오면 조언을 듣고 더 추리기로 하였다.

직원이 오고 난 뒤


"어머, 신부님 독사진은 하나도 안 고르셨네요. 신부님 독사진을 안 고른 신부님은 처음 봐요. 호호호."


라고 하면서 호들갑을 떨었다.


"보통 20페이지만 딱한 커플은 없어요. 애써 스튜디오 사진 찍었는데 더 추가하셔야죠~."


라는 말에 우리는 다시 고민에 빠졌다.


"페이지 추가를 해야 되나? 그런데 한 페이지에 3만 원은 너무 비싸지 않아?"


그래서 고민 고민하다가 8페이지 정도 더 추가를 하게 되었다.

그리고 앨범을 고르게 되었는데 기본 액자는 너무 초라해 보였다.


"저 무광 아크릴 액자 예쁜데? 얼마 추가예요?"


라고 물어보았고 30만 원 추가 요금이 붇는다는 대답을 들었다.


"30만 원 추가라니 예쁘지만 너무 비싸다."


"에이. 신부님, 요새 누가 기본 액자 해요. 다들 추가금 들여서 액자 업그레이드는 기본이에요. 기본 액자로 하면 본식 때 액자 놓을 때 너무 작고 초라해 보여요."


라는 말에 오빠가 혹했는지


"그냥 업그레이드 하자. 기본은 아닌 것 같아."


라는 의외의  대답을 하였다.


"그래도 너무 비싸지 않나?"


사실 대부분 커플은 신부가 액자 업그레이드를 하자고 하고 신랑이 말린다던데 우리 커플은 반대인 것 같았다.

상술에 당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왠지 업그레이드를 안 하면 안 될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결국 액자 업그레이드를 질렀다.

페이지 추가에 액자 업그레이드까지 54만 원이 추가로 든 셈이다.

호구가 되지 않겠다고 다짐했지만 결국 예상치도 못한 지출이 생겼다.

그래도 완성된 사진을 보니 원규의 분위기가 나는 독특하고 예쁜 사진들이 나와서 만족스러웠다.

한옥 콘셉트가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원규 스튜디오

 

오빠가 구두를 신겨주는 클래식한 콘셉트
반 짠반 짝한 전구와 함께 반짝반짝하게 찍은 사진

 

커플 턱시도를 입고 개화기 콘셉트로 찍은 사진

  

커플 12년 가랜드를 들고 찍은 사진
사복을 입고 나서 책장을 배경으로 한 캐주얼 사진



스튜디오 웨딩 촬영, 막상 해보고 나니


1.  스튜디오 사진 촬영은 4~5시간 정도 소요되지만 포즈 등을 디테일하게 해야 돼서 체력적으로 힘들 수 있으니 중간중간 먹을 간식과 식사를 꼭 챙겨가는 것이 좋아요.


2. 스튜디오에서 예시로 보여주는 화보는 배경은 같지만 모델이 달라요. 화보와 다르더라도 너무 상심하지 않는 것이 좋아요.


3. 캐주얼 사진을 찍을 때를 대비해서 캐주얼 커플룩을 준비해 가는 것을 추천드려요.


4. 사진을 셀렉하러 갈 때는 페이지 추가와 앨범 업그레이드를 할 수 있으니 추가금을 고려하고, 생각보다 많은 돈을 지출할 수 있으니 큰 맘(?) 먹고 가시는 것을 추천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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