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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토피아 Mar 15. 2020

청첩장 만들기

 청첩장 센스 있게 만들기

"어머 벌써 8월이네, 슬슬 청첩장을 돌려야 되지 않나?"

라는 나의 질문에 오빠는 


"9월에는 추석 연휴가 껴서 8월부터 주말마다 청첩장을 돌려도 시간이 부족할 것 같아."


라고 답하였다.

어느새 시간이 훌쩍 지나 결혼식이 두 달 정도밖에 남지 않아 청첩장을 돌릴 시기가 온 것이다.

대부분은 결혼식 한 달 전부터 청첩장을 돌리기 시작한다고 하지만 우리 커플은 결혼 전달인 9월에 추석이 껴있어서 8월부터 청첩장을 돌려야 되었다.

그래서 급하게 청첩장을 제작하기로 하였다.

사실 모바일 청첩장이 대세인 요즘에는 종이 청첩장은 


'꼭 필요가 있을까?'


라고 여겨지는 계륵 같은 존재인 것 같다.

어른 분들이나 회사 사람들에게는 인사치레 차 필요하지만 한 번 읽히고는 버려지는 그런 구색 맞추기용이 청첩장이 아닐까?

그래서 그런지 결혼을 이미 한 친구들은


"에이. 청첩장 어차피 버릴 건데 굳이 예쁜 거 고르거나 돈 들일 필요 없어~."


라고 청첩장을 무시(?) 하였다.

그래서 나도 처음에는 무난한 청첩장을 찾아보다가 내 마음에 쏙 드는 청첩장을 발견하게 되었다.

여권 커버 형태로 디자인되어 있는 청첩장 있어서 내 눈길을 끌게 되었다.

이 청첩장은 특이하게 청첩장 기본 종이 외에도 항공권처럼 생긴 종이가 하나 더 들어 있다.

항공권처럼 생긴 종이에 결혼식장 약도랑 날짜가 간략하게 나와있어서 마치 결혼식 티켓(?)과 같은 느낌을 주었다.

평소에 여행을 좋아하는 나와 오빠에게 딱 맞는 콘셉트의 청첩장 같았다.


마음에 쏙 들었던 여권 모양 청첩장
청첩장 내부

"그런데 여권 모양 청첩장은 어른 분들이 싫어하시지 않을까?"


라고 오빠가 걱정하였다. 

마침 이 청첩장 업체에서는 여러 버전의 청첩장을 만드는 것을 광고하였다.

친구용, 회사용, 격식용의 세 가지 버전을 각각 만들어서 청첩장을 돌리는 것을 추천하였다. 

그래서 내가 마음에 들었던 여권 모양 청첩장은 격식용으로는 맞지 않아서 친구용으로 쓰면 좋을 것 같았다.

그리고 회사용, 격식용을 각각 만들기는 번거로워서 격식용 한 가지를 추가로 제작하기로 하였다.

그래서 결과적으로 여권 모양의 청첩장은 친구용, 무난한 버전의 청첩장은 격식용으로 제작하기로 하였다.

여권 모양 청첩장은 가격은 한 장당 400~500원 하는 일반 청첩장보다는 다소 비싼 900원 대였다. 

그래서 친한 친구들에게만 소량으로 제작해서 부담을 낮추기로 하였다. 

그리고 친구들에게 기억에 남을 수 있는 센스 있는 청첩장을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다음으로 디자인을 정하고 나니 청첩장을 몇 개를 제작해야 될지 고민이 되었다. 

요즘은 청첩장 실물은 많이 돌리지 않는다고 하던데 많이 하자니 고민이고 그래도 적게 제작하면 혹시 부족할까 봐 걱정이 되었다.

처음에는 200개 정도 제작을 하려고 하였다.

그런데 사이트에서 300개 이상 주문을 하면 모바일 청첩장 무료 제작, 6만 원 상당의 웨딩 영상 제작과 식권 무료 인쇄, 포토북 할인권, 폴라로이드 사진 인쇄 등등 혜택이 많았다.

그래서 300개를 주문하기로 결정을 하였다. 


"오빠, 친구용은 몇 개 하면 될까?"


"글쎄. 부모님들은 격식용으로 돌리실 거고, 회사도 격식용으로 돌릴 거니깐 친구용 100개, 격식용 200개면 되지 않을까?"


라고 대답하였고 나도 오빠의 생각에 동의하였다. 

격식용은 우리의 웨딩 사진이 들어간 포토 청첩장으로 제작하기로 하였다. 

오빠와 함께 청첩장에 들어갈 만한 사진을 고르기로 하였다.

나는 제주도 웨딩 스냅 때 바닷가에서 함께 서서 찍은 사진의 분위기가 좋아서 그 사진을 넣고 싶었다.

오빠도 괜찮을 것 같다고 해서 그 사진을 넣어서 시안을 제작하였다.

그런데 격식용은 부모님들도 돌리실 예정이라서 양가 부모님께도 보여드리기로 하였다.

그런데 오빠 어머님께서

 

"한 번 보고 버릴 청첩장인데 얼굴이 들어간 사진을 넣는 것은 안 좋을 것 같다."


고 반대를 하였다. 

나는 얼굴 사진이 들어가도 크게 문제가 없을 것 같았지만 굳이 반대를 하시는데 이 사진을 강행할 이유는 없어서 사진을 바꿔서 넣기로 하였다.

그래서 둘이 함께 꽃을 들고 손을 잡고 있는, 손만 클로즈업 한 사진이 있어서 그 사진을 넣었다.

다행히 사진을 바꿔 넣어도 분위기가 괜찮아서 만족스러웠다. 

격식용 청첩장은 사진 하나만 들어가는 깔끔한 분위기이며 가격도 500원대로 저렴하였다.

포토 청첩장으로 제작한 격식용 청첩장

 청첩장 문구는 뭔가 신박한 것(?)을 넣을까 했지만 딱히 생각나는 문구가 없었다.

그래서 업체에서 제공하는 기본 문구에 12년 사귄 것을 강조하여서 변형해서 넣었다. 

예식장 약도의 경우, 기존의 메이저 예식장은 업체에서 약도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우리가 식을 치를 예식장은 아직 오픈을 하지 않아서 약도가 없었다.

그래서 업체에 요청을 하면 업체에서 약도를 그려주고 약도를 확인한 후 삽입할 수 있었다.

식장 위치를 청첩장에 잘 표기하는 것이 중요한데, 우리는 그 중요성을 그때는 몰랐다.

그냥 식장에서 알려준 데로 셔틀버스는 SRT 수서역 1번 출구, 3호선 수서역 4번 출구에서 탈 수 있다고 표기를 하였다.

그런데 청첩장이 나온 후 막상 대중교통으로 식장을 찾아가 보니 혼란이 오기 시작했다.

수서역에 대해 잘 모르는 우리 같은 사람들은 SRT 수서역이 기차역이 아닌 3호선 지하철 수서역과 같은 역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래서 우리 커플도 처음에 식장이 오픈하고 찾아갈 때 청첩장만 보고 3호선 수서역 1번 출구로 나가서 식장으로 가는 셔틀버스를 찾게 되었다. 

그런데 아무리 찾아봐도 셔틀버스 타는 곳을 못 찾아서 식장에 전화를 해보니 3호선 지하철 수서역 1번 출구가 아닌 4번 출구로 나가야 되는 것이었다.

문제는 오빠네 부모님도 예식장에서 시식할 때 대중교통으로 식장을 오셨는데 3호선 지하철 수서역 1번 출구로 나오셔서 많이 헤매셨다고 하셨다.

그래서 사전에 식장 위치를 정확히 파악하고 하객들이 헷갈리지 않게 청첩장에 정확하게 표기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청첩장이 나오고서야 깨달았다.

다음에 다시 결혼을 하게 되면(???) 이런 실수는 절대 하지 말아야겠다.


그리고 청첩장은 친구용, 격식용 모두 마음에 들었지만 나중에는 두 가지 버전으로 만든 것도 후회하게 되었다.


두 가지 버전으로 만들었을 때의 큰 문제점은 각 버전의 정확한 수요를 예측해하는 것이 어렵다는 점이었다.

청첩장을 나눌 때 부모님께 격식용을 70개씩 총 140개를 나눠드리고 우리는 60개를 회사에 나눠드리기로 했다.

그런데 생각보다 회사에 나눠줄 청첩장이 많았다.

오빠가 회사에 격식용을 40개 정도 나눠주고 나니 우리 회사에 나눠줄 격식용 청첩장이 20개 정도밖에 남지 않게 되었다.

그런데 계산을 해보니 우리 회사에도 적어도 40개 정도 청첩장이 필요하였다.

그런데 격식용은 20개 남지 않았고 같은 회사 사람들에게 친구용과 격식용의 다른 청첩장을 주면 이상할 것 같았다.  

그래서 친구용 청첩장 40개를 회사에 돌리게 되었다.

그렇게 돌리고 하니 이번에는 친구용 청첩장이 부족하게 된 것이다.

그래서 오빠는 친구들에게 격식용 청첩장을 돌리게 되고 친구끼리도 청첩장이 다른 웃지 못할 해프닝이 생겼다.

그래서 


'이렇게 애매하게 청첩장을 돌리느니 그냥 친구용 한 가지 청첩장만 돌릴걸'


이라는 후회를 하였다.

회사에서 여권 모양의 청첩장을 돌릴 때 


'너무 격식 없어 보이면 어떡하지?'


라는 고민을 하면서 돌렸다. 

그런데 생각보다


"우와, 청첩장 너무 센스 있고 예뻐요. 기억에 남는 청첩장이네요."


라는 칭찬을 많이 들었었다.

친구들에게 청첩장을 줄 때도


"오. 이렇게 예쁜 청첩장 처음 봐. 이런 청첩장은 기억에 남을 것 같아."


라고 하면서 사진도 따로 찍어서 간직하는 친구들이 많았다. 

요새는 청첩장을 많이 돌리지 않아 신경을 많이 쓰지 않는다. 

그러나 막상 청첩장을 제작해서 돌리고 나니 정성을 들여서 고르고 만든 센스 있는 청첩장은 받는 사람의 기억에도 남고 주는 사람도 뿌듯하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우여곡절이 많았던 청첩장 제작과 돌리기였지만 그래도 내 마음에 드는 청첩장을 고르고 제작하고 지인들 에게 칭찬도 많이 받아서 뿌듯했던 청첩장이었다. 



청첩장 제작, 막상 하고 보니


1. 청첩장은 요즘에 한 번 읽고 버려지는 격식 맞추기용으로 여겨지지만 받는 사람의 기억에 남는 센스 있는 청첩장도 제작할 수 있어요.


2. 청첩장에 적히는 결혼식 날짜와, 시간, 식장의 위치는 헷갈리지 않게 꼼꼼히 확인하고 제작하는 것이 나중에 하객들이 헷갈리는 것을 방지할 수 있어요.


3. 격식용, 친구용으로 청첩장을 나눠 제작하는 것은 개수를 잘 맞추지 않으면 같은 그룹에 다른 종류의 청첩장을 나눠주게 되는 불상사가 발생할 수 있으니 신중하게 제작하셔야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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