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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과의 갈등, 우리의 이웃인 야생동물의 슬픈 이야기

by 주토피아

혹시 뉴스에서 “민가에 곰이 나타났다!”는 속보를 본 적이 있나요?

요즘 우리 주변에서는 야생동물들과 인간이 자주, 그리고 가까이에서 마주치고 있습니다.

한때는 당연히 서로 “멀리서 구경하는 존재”였던 인간과 동물이 이제는 이웃이자 때로는 원치 않은 갈등의 상대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오늘은 왜 이런 갈등이 일어나고, 심지어 동물들이 멸종 위기까지 놓이게 되었는지, 그 안타까운 이야기를 들려주려고 합니다.

집안으로 들어온 곰

먼저, 아프리카 초원과 아시아의 숲에서 주인공처럼 당당하게 걷는 코끼리 이야기를 해볼까요? 코끼리는 똑똑하고, 가족을 사랑하는 멋진 동물입니다. 하지만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밭을 일구고, 마을을 짓고, 도로와 공장을 만드니 코끼리가 살아갈 땅은 점점 사라지고 있습니다. 먹을 것을 찾다 보니 굶주린 코끼리들은 결국 인간의 밭에 몰래 들어가 옥수수, 수박, 사탕수수 같은 농작물을 먹어 치워버렸습니다. 농민들은 몇 달, 몇 년 동안 힘 들여 키운 농작물을 한밤중에 한순간에 잃기도 합니다. 이런 일이 반복되면 사람들은 울타리를 만들고, 소리와 불빛으로 쫓아내기도 합니다. 때로는 코끼리에게 총을 쏘는 등 위험한 방법까지 쓰다가 코끼리가 사람과 충돌하다 다치거나 죽는 경우도 점점 많아지고 있습니다. 심지어 “사람의 피해를 막기 위해” 코끼리를 몰아내고, 잡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습니다. 이렇게 쫓겨나거나 다친 코끼리는 더는 가족을 돌볼 수 없고, 새끼가 굶어 죽을 수도 있습니다. 먹을 것과 살 곳이 없어진 코끼리들은 결국 개체수가 줄고, 점점 멸종 위기에 몰리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일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밤이면 논과 밭을 어슬렁거리는 고라니도 그렇습니다. 고라니는 초식동물로, 산과 들, 논밭을 자유롭게 오가며 살아갑니다. 그런데 사람들이 논밭을 넓히고, 산을 개발하니 고라니가 머물 곳이 줄어듭니다. 바뀐 환경에 적응하지 못한 고라니들은 먹을 것을 찾아 논밭으로 내려와 농작물을 먹습니다. 이때 농민들은 피해를 보는 것뿐 아니라 고라니와 부딪히거나, 사고로 죽는 일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렇게 사람들의 활동영역이 커질수록 고라니, 코끼리 같은 동물들은 살 곳을 빼앗기고 먹이를 구하지 못한 채 점점 수가 줄어듭니다. 일부 동물들은 포획되어 팔리거나, 새끼를 돌보지 못해 멸종의 길로 내몰리고 있습니다.

이야기는 여기서 멈추지 않습니다. 사라진 숲, 깨진 생태계에서는 산에 살아야 할 동물들이 점점 더 자주 인간의 ‘도시’로 내려옵니다. 러시아, 북미, 그리고 우리나라 산골에도 곰이 마을로 내려오는 뉴스가 늘고 있습니다. 곰은 깊은 산속에서 살아가는 거대한 덩치를 자랑하는 무서우면서도 멋진 동물입니다. 하지만 기후변화와 개발 등으로 산에 먹을 것이 부족해지고, 숲이 줄어들었습니다. 결과적으로 곰들은 배를 채우기 위해 마을 주변으로 내려와 쓰레기통을 뒤지거나 닭장, 심지어 집까지 들어옵니다. 이 과정에서 곰이 사람을 위협하거나 사람 때문에 곰이 다치는 일이 일어나기도 합니다. 혹시 만약 곰이 먹을 게 충분하고 서식지가 안전하다면, 굳이 위험을 무릅쓰고 도시에 내려오지는 않을 것입니다. 현실은 곰이 살아갈 수 없게 만든 인간 때문에 곰이 도시로 내려오고, 그 반동으로 사고나 포획, 사살 같은 일이 잦아져 개체수가 줄고 있습니다. 이렇게 계속되다 보면 곰도 자연에서 사라지는 종이 될지 모릅니다.

동남아시아나 인도 등지의 원숭이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점점 숲이 없어지면서, 원숭이들도 살아갈 숲이, 먹을 거리가 부족해져 도시로 내려오고 있습니다. 원래 나무 위에서 자유롭게 뛰놀던 원숭이들이, 이제는 차와 사람으로 북적이는 도시, 쓰레기통, 주택가로 내려와 음식을 구합니다. 처음엔 귀엽다고 사진을 찍던 사람들도, 반복되는 음식 훔치기와 소란으로 곧 짜증 나고 심지어 공격적으로 변합니다. 원숭이와 인간, 곰과 인간이 이렇게 부딪치면, 종종 잡혀가거나, 다치거나 버려지고, 일부는 죽는 일까지 벌어집니다. 이 때문에 원숭이와 곰, 많은 야생동물의 수는 점점 줄어 멸종 위기에 처하게 된 것입니다. 실제로 세계보전연맹은 "서식지 감소와 인간과의 충돌" 때문에 수많은 동물들이 기록적으로 빠르게 멸종되고 있다고 말합니다.

이제 우리는 이 갈등이 ‘피해’와 ‘골칫덩이’라는 단어로 끝나는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바로 "멸종"이라는, 돌이킬 수 없는 슬픈 미래로 연결된 크나큰 위기라는 점입니다. 동물들이 사라지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요? 가령 코끼리가 사라진다면, 그들이 숲을 걸으며 씨앗을 퍼뜨리고, 강을 만들었던 자연의 균형도 함께 무너집니다. 고라니가 줄어들면, 풀과 나무의 경쟁과 생태계 흐름이 바뀝니다. 토끼, 원숭이, 곰 모두 한 종이 사라지면, 수십 종의 곤충이나 식물, 다른 동물들도 함께 위험해집니다. 이 문제를 그냥 두고 볼 수 없기에, 전 세계 곳곳에서는 동물과 인간이 함께 살아가는 다양한 노력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어떤 마을은 코끼리가 들어오지 않도록 특별히 매운 고추나 벌집으로 울타리를 만들기도 하합니다. 또한 고라니가 차에 치이는피해를 줄이기 위해 자연 친화적 생태 통로를 마련합니다. 곰과 원숭이 문제가 심각한 곳에서는 음식물 쓰레기를 꽁꽁 막고, 전문 구조팀이 동물을 더 멀리 안전하게 이동시키는 방법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야생동물을 위한 생태통로

우리가 동물을 바라볼 때, 단순히 ‘피해’나 ‘위협’이 아니라, 우리와 함께 살아가는 소중한 친구, 그리고 지구 생명의 아름다운 일부임을 꼭 기억해야 합니다. 잠시 멈춰 서서 왜 동물들이 인간의 영역에 들어오게 되었는지 인간의 편리함 때문에 무엇을 잃고 있는지 생각해보세요. 이제는 야생동물의 소식을 뉴스에서 보는 데 그치지 말고, 모두가 함께 지구의 미래를 찾는 주인공이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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