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뜻밖의 적 : 외래종의 침입

by 주토피아
‘외래종’이란 말은 원래 그 땅에 살던 동물이 아니라, 사람이 고의로 들여오거나 우연히 들어온 새로운 동물이나 식물을 의미합니다. 쉽게 말해서, ‘낯선 손님’이 우리 동네에 들어온 셈입니다.

그런데 이 손님이 너무 힘이 세거나 성격이 남달라서, 원래 그 동네에서 오래 살아온 친구들에게 큰 어려움을 주기도 합니다. 바로 이런 이야기가 지구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습니다.

첫 번째로 소개하고 싶은 곳은 바로 남아메리카의 전설적인 섬, 갈라파고스 제도입니다. 이 섬은 찰스 다윈이 진화론의 아이디어를 떠올리게 될 정도로 독특한 생물들이 사는 곳입니다. 아기자기한 이구아나, 터프한 거북이, 귀여운 새들이 자연스럽게 어울려 살아가던 이 섬에 어느 날 낯선 동물 한 마리가 등장했습니다. 그 동물은 바로 염소입니다. 뭐, 염소쯤이야 참 순하고 귀여운 동물이 아니냐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염소가 너무 튼튼하고 번식력이 강하다는 점이었습니다. 염소 무리가 산을 오르락내리락하면서, 드넓은 초목을 마구 뜯어먹었습니다. 원래 그 풀을 먹으며 살아가던 갈라파고스 거북이는 먹이를 점점 잃게 되었고, 갑자기 초원이 맨땅처럼 변하는 일까지 일어났습니다. 거북이들은 알을 낳을 풀밭도, 먹을거리도 점점 줄어들어 심각한 위기를 맞이했습니다. 사람들은 결국 염소를 어떻게든 줄이려고 수많은 노력을 기울였지만, 이미 섬 생태계는 크게 흔들린 뒤였습니다.

갈라파고스에서 풀을 뜯어 먹고 있는 염소 떼와 그 옆에서 먹을 풀이 없는 갈라파고스 거북이

비슷한 일이 호주에서도 벌어졌습니다. 호주는 넓은 초원이 펼쳐진 신비로운 나라입니다. 그런데 누군가 멀리 영국에서 ‘정원에 귀여운 동물을 풀자’는 마음으로 토끼를 들여왔습니다. 하지만 호주에서는 토끼를 잡아먹는 포식자들이 거의 없었습니다. 그 결과, 토끼들은 번개처럼 번식해서 몇십 년 만에 호주 대륙 전체에 퍼지게 되었습니다. 하늘에서 보면 마치 토끼 구름이 몰려오는 것 같을 정도였다고 합니다. 토끼들이 풀을 죄다 먹어치운 뒤, 원래 그곳에 살던 동물들은 먹을게 없어 굶주리게 되었고, 호주의 아름다운 자연은 보기 힘들어졌습니다. 결국 호주 정부는 토끼 개체 수를 줄이기 위한 전쟁을 벌여야 했습니다. 하지만 토끼와의 싸움은 생각보다 훨씬 길고도 힘든 싸움이었습니다.

호주 초원을 뒤덮은 토끼떼

한국에도 외래종의 위협은 현실이 되었습니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황소개구리와 배스입니다. 황소개구리는 미국에서 온 커다란 개구리입니다. 원래는 요리 재료나 애완동물, 그리고 학생들의 과학 실험을 위해 들여온 동물이었습니다. 하지만 몇몇 개체가 도망치거나 방치된 뒤, 하천과 논, 저수지 등에서 빠르게 번식하기 시작했습니다. 황소개구리는 덩치가 크고 뭐든지 잘 먹기 때문에, 원래 살던 개구리, 작은 물고기, 심지어 같은 종류의 다른 황소개구리까지 먹어 치웠습니다. 그 결과, 우리나라의 토종 개구리와 물고기들은 점점 자취를 감추기 시작했습니다.

황소개구리

배스는 흔히 ‘블랙배스’라고도 불리는데, 낚시를 위해 미국에서 들여왔던 물고기입니다. ‘손맛이 좋다’는 이유로 전국 곳곳의 호수와 강에 풀렸습니다. 그런데 배스 역시 사나운 입질과 놀라운 번식력으로 강과 호수를 점령하기 시작했습니다. 배스는 작은 물고기의 알, 새끼, 심지어 작은 새까지 공격 대상으로 삼습니다. 그래서 토종 어종들이 점점 줄어들고, 물속 생태계의 균형이 크게 흔들렸습니다. 황소개구리와 배스의 공통점은, ‘먹성 좋은 외래종’이라는 점입니다. 자연에는 ‘누가 누굴 잡아먹을지’라는 먹이 사슬이 오랜 시간 동안 자연스럽게 만들어져 왔습니다. 그런데 인간이 빠르게 외래종을 데려오자, 그 지역의 원래 동물들은 갑자기 강한 경쟁자와 마주하게 되었고, 때로는 순식간에 사라지기도 했습니다.

외래종이 새로운 곳에 등장할 때마다, 원래 그곳에서 오랫동안 살아오던 동물들은 힘겨운 싸움을 벌여야 합니다. 실제로 외래종이 원래 살던 동물들을 몰아내는 사례는 전 세계적으로 셀 수 없을 만큼 많습니다. 가령, 뉴질랜드에 들여온 족제비는 천적이 거의 없는 상황에서 토종 새들을 사라지게 만들었습니다. 남미에는 대서양 연안에 사는 참게가 들어오면서, 원래의 게들이 살아갈 곳을 잃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앞서 이야기한 갈라파고스 제도의 염소, 호주의 토끼, 우리나라의 황소개구리와 배스처럼 외래종 문제는 지구 반대편에서도, 바로 우리 동네에서도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습니다.

이쯤에서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그럼 외래종은 다 나쁜 거야?” 사실 모든 외래종이 반드시 나쁘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사람이 잘 관리해서,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외래종이 자연스럽게 환경에 섞이지 못하고, 원래 살던 동물들을 약하게 만들거나, 멸종에 이르게 할 만큼 빠르게 늘어날 때는 큰 경계가 필요합니다. 새로운 생명의 등장에 설렘을 느끼는 것, 그것도 중요합니다. 하지만 우리가 무엇을 소중히 지켜야 하고, 어떻게 하면 원래의 자연을 온전하게 남길 수 있을지 고민해 보는 일도 그만큼 멋진 일입니다. 우리는 모두 이 소중한 생태계의 일부이기 때문입니다.

keyword
이전 18화동물의 생명을 위협하는 지구온난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