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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의 생명을 위협하는 지구온난화

by 주토피아

오랜 시간 동안 지구는 따뜻하고 푸른 별이었습니다. 태양은 적당히 뜨거웠고, 시원한 바람이 불고, 비가 내렸으며, 동물들은 자기 자리에서 평화롭게 살았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지구가 조금씩 아파하기 시작했습니다. 지구의 온도가 점점 올라가기 시작한 것입니다. 마치 40도가 넘는 고열에 시달리는 것처럼, 우리가 사는 동안 지구온난화와 기후변화라는 이름으로 지구가 보내는 SOS 신호가 점점 더 강해지고 있습니다. 이 거대한 변화는 단순히 기온이 올라가는 것을 넘어, 지구에 사는 모든 생명체들의 삶을 송두리째 흔들고 있습니다.

지구가 뜨거워지고 있는 이유는 바로 ‘온실가스’ 때문입니다.

온실가스는 지구를 둘러싼 공기층에 마치 유리온실처럼 얇은 막을 만들어서, 태양열이 우주로 빠져나가는 것을 막는 역할을 합니다. 원래 이 온실가스가 있어서 지구의 온도가 생명체가 살기에 딱 알맞게 유지되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우리가 너무 많은 온실가스를 만들어냈다는 점입니다. 공장에서 물건을 만들거나, 자동차를 타고, 발전소에서 전기를 만들 때 우리는 석탄이나 석유 같은 화석 연료를 태웁니다. 이때 이산화탄소(CO2)라는 온실가스가 많이 생기게 됩니다. 또한, 나무를 베어내면서 숲이 사라지고 있는 것도 문제입니다. 숲은 지구의 허파와 같아서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역할을 하는데, 숲이 줄어드니 이산화탄소는 계속 늘어만 갑니다. 이처럼 우리가 만들어낸 온실가스가 너무 많아지면서, 지구를 둘러싼 대기층이 너무 두꺼워졌고, 지구가 점점 더 뜨거워지게 된 것입니다. 지구온난화는 바로 인간의 활동 때문에 발생한 비극입니다.

지구온난화

지구온난화의 보이지 않는 피해자 중 하나는 바로 바다거북입니다. 여러분은 모래사장에서 알을 낳고 바다로 돌아가는 바다거북의 모습을 본 적이 있을 것입니다. 수천 년간 이어진 이 신비로운 생명의 순환은 이제 위태로워지고 있습니다. 바다거북은 따뜻한 모래에 알을 낳고, 그 모래의 온도에 따라 새끼의 성별이 결정됩니다. 과학자들은 이를 '온도 의존적 성 결정'이라고 부릅니다. 모래가 29.3℃보다 차가울수록 수컷이, 따뜻할수록 암컷이 태어납니다. 자연은 이렇게 암컷과 수컷의 비율을 절묘하게 맞춰왔습니다. 하지만 지구의 온도가 올라가면서 이 섬세한 균형이 무너지고 있습니다. 지구가 점점 더워지면서 모래의 온도가 지나치게 올라가기 시작했습니다. 그 결과, 알에서 부화하는 새끼 바다거북의 대부분이 암컷으로 태어나고 있습니다. 특히 호주 케언즈 인근에서는 부화하는 푸른바다거북의 99% 이상이 암컷인 충격적인 결과가 보고되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되면 수컷이 부족해져서 바다거북 종족 전체가 위기에 처하게 됩니다. 미래에는 짝을 찾지 못하는 수많은 암컷 거북이들만 남게 될지도 모르는 것입니다. 알에서 막 깨어난 아기 거북이들은 앞으로 자신들의 미래가 얼마나 불안정할지 모른 채, 힘든 첫걸음을 내딛고 있습니다. 이 작은 생명들이 겪는 비극은 우리에게 큰 경고를 보내고 있습니다. 그들의 슬픈 운명은 단순히 바닷가에 사는 생명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모두가 직면한 현실입니다.

지구온난화로 고통받고 있는 바다거북

지구온난화는 철새들에게도 영향을 미칩니다. 지구는 계절의 변화를 통해 자연의 순리를 지켜왔습니다. 수많은 철새들이 매년 수천 킬로미터를 날아 따뜻한 곳으로 이동하고 다시 돌아오는 것도 이 순리 덕분이었습니다. 철새들은 계절의 변화를 감지해 이동 시기를 정하고, 번식과 먹이를 위한 장소를 찾습니다. 이 모든 과정은 수십만 년 동안 이어진 완벽한 시스템입니다. 그런데 기후변화로 인해 계절이 혼란스러워지면서 이 시스템이 무너지고 있습니다. 따뜻한 봄이 예상보다 빨리 찾아오고, 겨울이 늦게 오기도 합니다. 철새들은 이동 시기를 놓쳐버리곤 합니다. 어떤 새들은 먹이가 없는 곳에 너무 일찍 도착하고, 어떤 새들은 번식기가 지나서야 겨우 목적지에 도착하고 있습니다. 과학자들은 이를 ‘생태 시차’라고 부르는데, 철새들의 이동 시기와 그들이 먹는 곤충이나 식물의 번식 시기가 일치하지 않는 현상입니다.

일렬로 날아가는 철새들

예를 들어, 숲의 새끼 새들은 부모 새가 가져다주는 곤충을 먹고 자라는데, 기온 상승으로 인해 곤충들이 예년보다 훨씬 빨리 번데기에서 성충으로 변해 사라지고 있습니다. 힘들게 날아온 새들은 먹이를 구하지 못하고 지쳐 쓰러지거나, 알을 낳을 기회조차 얻지 못하고 있습니다. 깃털이 부서질 듯 바람을 가르며 날아가는 철새들의 여행은 더 이상 안전한 여정이 아닙니다. 그들의 혼란스러운 날개짓은 지구가 보내는 또 하나의 슬픈 신호입니다.

지구온난화는 바다뿐만 아니라 강에 사는 동물들에게도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바로 강과 바다를 오가며 살아가는 연어의 이야기입니다. 연어는 자신이 태어난 강으로 돌아와 알을 낳는 습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힘든 여정 끝에 고향으로 돌아와 새로운 생명을 낳는 모습은 그 자체로 감동적입니다. 하지만 기온 상승으로 강물의 온도가 높아지면서, 연어의 이동은 더욱 힘들어졌습니다. 차가운 물에서 살던 연어는 수온이 올라가면 스트레스를 받고, 몸의 에너지 소모가 커집니다. 펄펄 끓는 물속에서 헤엄치는 것과 비슷한 상황입니다. 힘겨운 싸움 끝에 겨우 고향 강에 도착하더라도, 산란에 필요한 충분한 힘이 남아있지 않아 알을 낳지 못하고 죽는 연어들이 늘고 있습니다. 또한, 온도가 높은 강물에서는 기생충이나 질병이 번식하기 쉬워서 연어의 생존율이 급격히 낮아지고 있습니다. 인간이 무심코 배출한 온실가스가 수천 킬로미터를 거슬러 온 연어의 마지막 희망을 앗아가고 있습니다.

앞서 이야기한 동물들의 슬픈 사연은 단순한 어려움이 아니라, 종 전체의 멸종으로 이어지는 무서운 비극입니다. 기후변화는 동물들의 삶을 여러 방면에서 위협하면서, 결국 그들이 더 이상 지구에서 살아갈 수 없게 만들고 있습니다. 먼저 지구온난화는 서식지 파괴를 유발합니다. 지구가 더워지면서 동물들이 살던 곳이 점점 사라지고 있습니다. 북극의 빙하가 녹아내려 북극곰의 사냥터가 없어지고, 호주의 건조한 기후로 인해 숲이 말라붙으면서 코알라가 살 곳을 잃는 것처럼 말입니다. 동물들은 자신에게 맞는 기온과 환경을 찾아 이동해야 하지만, 도시와 도로 때문에 그들의 이동 통로는 끊어져 있습니다. 또한 기후변화는 먹이사슬의 가장 약한 고리부터 끊어뜨립니다. 예를 들어, 바닷물이 따뜻해지면서 차가운 물에서 사는 크릴새우가 줄어들면, 크릴새우를 먹고 사는 펭귄이나 고래의 생존이 위협받습니다. 펭귄이 사라지면 펭귄을 먹고 사는 상위 포식자들 역시 굶주리게 됩니다. 이렇게 한 종의 멸종은 다른 종의 멸종으로 이어지는 무서운 연쇄반응을 일으킵니다.

동물들은 오랜 세월에 걸쳐 자연환경에 적응해왔습니다. 하지만 지구의 온도가 너무나 빠르게 오르면서, 동물들이 적응할 시간이 부족해졌습니다. 바다거북의 경우처럼, 짧은 시간 안에 모래의 온도가 급변하니 종의 성별 균형이 깨지고, 결국 번식 자체가 불가능해지는 것입니다. 진화의 속도보다 기후변화의 속도가 훨씬 빠르기 때문에, 많은 동물들은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사라지고 있습니다. 바다거북의 성별 불균형, 철새들의 혼란스러운 이동, 그리고 강을 오르지 못하는 연어의 비극. 이 모든 것은 지구가 우리에게 보내는 절박한 경고 메시지입니다. 지구는 더 이상 혼자 힘으로 기후변화에 맞설 수 없습니다. 이제는 우리 모두가 나서야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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