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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아 보여도 멸종이 될 수 있는 동물 이야기

by 주토피아

우리는 일상 속에서 많은 동물을 쉽게 만날 수 있습니다. 동물원, 공원, 시골길, 혹은 바닷가에서 마음껏 뛰노는 동물들을 보며 "이렇게 많은데 뭐가 문제지?"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숫자가 많아 보여도 언제든 위기에 처할 수 있는 동물들이 있습니다.

특히 주목해야 할 "많아 보여도 멸종 위험에 처할 수 있는 동물 TOP 3"와 그 이유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합니다.

첫번째는 고라니 입니다. 고라니는 한국에서 매우 흔하게 볼 수 있는 동물입니다. 들판, 산길, 도로변 등 정말 다양한 곳에서 고라니를 만날 수 있습니다. 실제로 고라니는 세계적으로도 거의 한국에서만 서식하고 있어, 우리나라에서 아주 특별한 동물입니다. 고라니는 예전에는 중국까지 번성하였지만 중국에서는 밀렵과 개발로인해 이미 멸종을 해버렸기 때문에 대부분 한국에서만 볼 수 있는 동물 입니다.

그런데 아직 한국에서는 많은 고라니가 있는데, 왜 이들이 위험하다는 걸까요? 고라니가 위험에 놓이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도로 위의 교통사고입니다. 매년 수만 마리의 고라니가 자동차와 충돌해 목숨을 잃는 일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어두운 밤이나 새벽에 갑자기 도로로 뛰어나오는 고라니 때문에 운전자와 승객이 다치는 경우도 많습니다. 즉, 고라니에게 도로는 사람의 기계 문명 앞에 놓인 거대한 장애물입니다. 고라니는 개체 수가 많아 보여도 도로 주변에서 계속해서 사고가 나다 보면, 지역에 따라 고라니의 수가 급격히 줄어들 수 있습니다. 실제로 일부 지역에서는 고라니의 수가 점점 줄고 있다는 보고가 있습니다.

고라니와 새끼들

또한 고라니가 사는 서식지가 점점 도로 때문에 잘리는 서식지 파편화가 일어날 경우, 다양한 동물들이 살 수 있는 자연 공간도 더 작아지게 됩니다. 이것은 결국 고라니뿐만 아니라 생태계 전체에 심각한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또한, 고라니가 농작물을 먹어서 농민과의 갈등이 심해지는 일도 많습니다. 따라서 많은 농민들이 고라니를 잡기 위한 덫이나 올무를 놓게 되어 고라니의 생명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고라니는 우리 곁에 익숙하지만, 인간 사회와의 충돌로 수가 점점 위험해질 수 있는 대표적인 동물입니다. 사람과 동물이 함께 살아가기 위해서는 도로에 울타리를 설치하고, 고라니가 안전하게 길을 건널 수 있는 생태통로를 만드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언제든 사라질 수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잊어선 안 됩니다.

두번째로 살펴볼 친구는 제비입니다. 여러분의 부모님이나 할머니, 할아버지께 "어릴 땐 제비가 정말 많았어"라는 이야기를 한 번쯤은 들어본 적이 있을지 모릅니다. 그만큼 제비는 한때 우리 주변을 날아다니는 친근한 새였으며, 봄이 되면 들판과 집 처마 밑에 둥지를 틀고, 하늘을 가르며 날아다녔습니다. 하지만 요즘 길을 가다가 제비를 본 적이 있나요? 예전보다 제비의 수가 눈에 띄게 줄어 들었습니다. 그 배경에는 여러 가지 문제들이 숨어 있습니다. 첫 번째는 도시가 변화하면서 제비가 둥지를 틀 곳이 줄어들었다는 점입니다. 옛날에는 집이 낮고 처마가 넓어서 제비가 둥지짓기 편했습니다. 하지만 아파트와 같은 현대 건물은 제비가 앉을 자리가 거의 없습니다. 제비는 우리와 가까이 살던 새이지만, 우리의 생활환경 변화로 점점 자리를 잃고 있습니다.

제비

두 번째로, 도시와 농촌의 환경이 달라지면서 제비가 먹는 곤충의 수가 줄어들었습니다. 농약 사용이 많아지면서 논이나 밭 근처에 살던 곤충이 줄어들었고, 이는 곧 제비의 먹이 부족으로 이어집니다. 제비는 이동하는 새로, 번식기가 되면 먼 거리를 날아 귀국하는 힘든 여정을 거칩니다. 그런데 도착한 곳에서 먹이를 구하지 못한다면 살아남기 어렵습니다. 이처럼 제비는 언제든지 우리 일상에서 사라질 수 있는 ‘도시에서 사라지는 친구’입니다. 숫자가 많아 보이다가도 환경이 조금만 바뀌면 순식간에 수가 줄어듭니다. 우리가 눈여겨보지 않으면, 제비가 완전히 사라지는 날도 올지 모릅니다. 제비의 감소는 환경 변화와 생태계 건강에 대한 경고라고 볼 수 있습니다.

바다로 시선을 돌려보면, 정어리는 항상 많은 무리로 다니는 물고기입니다. TV에서 본 바닷속 영상에서는 은빛 물결처럼 무리를 이루는 정어리가 끝없이 펼쳐져 있습니다. 그래서 정어리는 아무리 잡아도 줄지 않을 것 같은 느낌을 주는 대표적인 생물입니다. 하지만 이처럼 많아 보이는 정어리도 위험에 처할 수 있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대량 어획"입니다.

정어리는 먹이로서 가치가 높아 사람뿐 아니라 큰 물고기, 바다새, 포유류 등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바닷속 먹이사슬의 핵심입니다. 어부들이 한 번에 수십 톤씩 정어리를 잡아들이면, 순식간에 바다 전체의 정어리 수가 줄어들 수 있습니다. 정어리는 알을 많이 낳고 번식력이 강한 편이지만, 한 번 개체 수가 크게 줄어들면 원래의 상태로 회복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릴 수 있습니다. 실제로 세계 여러 지역에서 정어리 개체 수가 급감한 사례가 있습니다. 정어리가 적어지면 이들을 먹고 살던 다른 큰 물고기, 바다새, 해양 포유류까지 연쇄적으로 영향을 받아 바닷속 먹이사슬 전체가 흔들릴 수 있습니다. 정어리는 "끝없이 많아 보이는 바다의 은빛 무리"지만, 우리가 가진 기술과 욕심이 합쳐지면 언제든 그 수가 급감할 수 있는 위험에 놓인 동물입니다. 지속가능한 어업과 정어리 보호에 대한 관심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바다속의 정어리떼

동물이 많아 보여도, 어느 순간 갑자기 사라지는 일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앞에서도 언급했던 "여행비둘기"입니다. 여행비둘기는 북아메리카 대륙에서 하늘을 검게 뒤덮을 정도로 많았습니다. 여행비둘기의 수가 30억 마리에서 50억 마리나 되었으니, 상상할 수 없이 많은 개체수였습니다. 사람들은 "이렇게 많은 비둘기가 어떻게 사라질 수 있냐?"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사람의 남획과 서식지 파괴로 여행비둘기는 단 몇십 년 만에 거의 사라졌습니다. 마지막 여행비둘기는 1914년 동물원에서 죽음을 맞았고, 그 종은 결국 멸종되었습니다.

여행비둘기의 사라짐은 "많아 보이던 동물도 보호하지 않으면 우리 곁에서 완전히 사라질 수 있다"는 중요한 교훈을 남겼습니다. 이렇듯, 어떤 동물이든 그 숫자가 아무리 많아 보여도 방심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합니다. 관리와 배려가 부족하면 자연은 순식간에 변할 수 있고, 다시는 그 동물을 만날 수 없게 될 수도 있습니다.

이처럼 지금 눈에 보이는 동물들도 ‘언제나 곁에 있을 것’이라고 장담 할 수 없습니다. 자연과 동물이 조화롭게 살아갈 수 있도록 사람의 생활 방식도 변해야 합니다. 먼저, 동물의 숫자가 많아 보여도 문제에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교통사고로 고라니가 계속 죽는 현실을 알게 되면, 운전자들이 조심하고, 정책적으로 야생동물 이동통로를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질 수 있습니다. 제비가 더 잘 돌아오도록 친환경 농업을 확대하고, 집 주변이나 학교에 제비가 둥지틀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정어리처럼 눈에 잘 띄지 않지만 중요한 생물들도 지속가능한 어업 정책으로 보호해야 합니다. 무엇보다, 한때는 많았지만 지금은 사라진 여행비둘기의 교훈을 절대 잊어서는 안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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