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다혜 Mar 24. 2024

대승기탕 vs 소승기탕 vs 조위승기탕 etc.

헷갈리는 한약(2), 승기탕 패밀리

 ‘승기탕(承氣湯)’이라는 단어가 들어간 경우 대부분 비만조실(痞滿燥實)을 치료합니다. 비만조실은 결릴 비(痞), 찰 만(滿), 마를 조(燥), 열매 실(實)로 이루어진 단어로 말 그대로 뱃속이 대변으로 가득 차 결리고 아픈 증상을 말합니다. 이러한 비만조실을 치료하는 승기탕 패밀리는 ‘대승기탕’을 기본으로 합니다. 대승기탕 구성 약재로는 대황, 망초, 후박, 지실이 있습니다. 비(痞)는 지실, 만(滿)은 후박, 조(燥)는 망초, 실(實)은 대황이 담당한다고 생각하면 승기탕 패밀리를 구분하기가 훨씬 쉬워집니다. 상초(심장과 폐)가 상한 경우 비,만,실이 있다고 보며 중초(비위)가 상한 경우 조, 실이 있다고 봅니다. 


 대승기탕(大承氣湯)은 대황 10g, 후박 15g, 지실 10g, 망초 9g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먼저 지실과 후박을 달인 뒤 대황을 넣고 2~3분간 달인 후 찌꺼기를 제거합니다. 이후 망초를 넣고 달여 마십니다. 대변이 충분히 빠져나가면 복용을 중지합니다. 대황을 나중에 넣는 것은 대황의 사하력 즉, 내려주는 효과를 증강시키기 위해서입니다. 


 소승기탕(小承氣湯)은 대황 12g, 후박 6g, 지실 9g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조(燥)를 담당하는 망초가 빠졌습니다. 따라서 복부가 가득 찬 느낌이 들고 답답하긴 하나 대장이 마르지 않은 증후에 사용합니다. 이질 초기에 사용하며 대승기탕보다 비교적 급한 증후에 사용합니다.


지실과 대황

 조위승기탕(調胃承氣湯)은 대황, 망초 12g과 자감초 6g으로 구성된 처방입니다. 비(痞)를 담당하는 지실과 만(滿)을 담당하는 후박이 빠졌습니다. 그 대신 들어간 자감초는 대황의 따뜻한 성질을 낮추는 효과가 있고 중초를 조화롭게 해 줍니다. 대승기탕과 소승기탕보다 사하 효과가 완만하여 가벼운 증상에 사용합니다. 


 복방대승기탕(復方大承氣湯)은 후박 15g, 내복자 45g, 지실과 도인 각 12g, 적작약과 대황 각 15g, 망초 9~15g으로 이루어집니다. 이 처방은 열이 나며 몸이 붓고 구토, 변비가 있는 증상에 씁니다. 한의학적으로 기체, 혈어가 있는 경우에 쓴다고 하는데 기체는 쉽게 말해 기가 막힌 것이고 혈어는 피가 통하지 못하고 정체된 것을 말합니다. 간단히 말해 뚫어주면서 내려주는 약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도인승기탕(桃仁承氣湯)이라고도 하는 도핵승기탕(桃核承氣湯)은 도핵 12g, 대황 12g, 계지와 감초, 망초 각 6g이 필요합니다. 도핵은 피를 돌게 해주는 약재입니다. 따라서 도핵승기탕은 대변보다 아랫배 쪽에 쌓인 축혈을 빼주는 약에 더 가깝습니다. 축혈은 하복부에 쌓이면 대변의 색이 검게 됩니다. 자궁내막염, 신경쇠약, 불임증에 쓰는 약입니다. 


 혹시 모든 승기탕 패밀리에 대황은 빠지지 않았다는 것을 눈치채셨나요? 이처럼 대황은 변비의 요약(要藥)이라 부릅니다. 

 배가 그득한 게 변비인가 봐! 대승기탕을 먹으면 되겠지?라고 단순히 생각하지 말고 장이 건조한지, 심한 변비인지, 열이 나진 않은지, 대변의 색은 괜찮은지 등을 고려하려 가장 알맞은 약을 복용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비슷한 이름, 다른 성분 헷갈리는 한약에 대하여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