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가에서
요즘은 그리다 보면 그런 생각을 많이 한다.
포착과 기록 그 이상으로 더 '완성'될 수 있을까?
눈앞의 대상과 레퍼런스를 얼마나 더 다른 세계로(나의 것으로) 가져올 수 있을까?
순간을 그리면, 순간 그리고 싶어지면, 그 안에 모든 것이 다 있다. 드로잉이 때론 순간의 지도 같은 게 아닐까. 이렇게 저렇게 그리다가 선이 풀린다 느껴지는 순간도 대상들 사이의 어떤 성역이 부드럽게 무너지고 다른 지형도가 그려질 때이다. 나는 매번 텐션이라는 단어를 떠올린다. 등고선은 계속 변하고 있다. 언제나 모든 게 움직이고 있으므로 텐션이 느껴져야만 그리는 것 같다. 그 즐거움이 내 발목을 붙잡는 것 같기도 하다.
나는 무엇을 감지하는가?
그건 세계의 어느 측면일까?
감지된 세계는 어떻게 표현되고 전달되는가?
그리고 어디로 가는가?
(솔직히 말하면 어쩌고 싶은가...ㅎㅎ)
잘 모르겠다. 그림 연습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매일의 드로잉을 한다는 게 무엇인지... 목표를 갖는 것이 늘 그랬다. 그저 어떤 것들이 눈에 들어오는지, 어떻게 그리고 싶은지, 어떤 이야기들을 하고 싶은지 따라가 보는 것 정도가 지금의 움직임이다. 따라가기... 완성은 여전히 아주 멀리에 있는 것 같다. 창가의 이 여자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