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hanyo Feb 18. 2022

그림은 늘 요동친다.

오랜만에 브런치

2022,hanyo



그림은 늘 꿈틀거리고 요동치고 있다. 그건 내 의지만으로는 붙잡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나도, 여느 성실한 작가들처럼, 21세기 청년들처럼, 매일매일 드로잉을 해서 올리고 싶었다. 이것들이 모여 커지면 얼마나 멋질까? 나만의 작은 기획, 프로젝트들은 아무도 모르는 사이에 시작됐다가 며칠, 몇 주일을 버티지 못하고 사라지기 일쑤였다. 그때마다 새로운 태그도 함께 증발했다. 성실하고 싶은 것이, 매번 그 마음으로 시작하는 것이 그리 큰 잘못은 아니었을 텐데.


오늘도 나의 드로잉은 없는 퇴근. 작업실에서 나오기  벽에 붙어있는  개의 그림들을 보며 내일도, 모레도 있다며 격려했지만 쉽게 몸이 일으켜지지 않았다. 가만히 앉아 하루를 돌이켜보니 차차가 가자고  곳만 따라다니면서 걷고, 마시고, 먹고, 보고, 느낀 하루였다. 차차의 그림이 전시 중인 카페에 갔었고, 차차가 알아본 워크숍에 참가했다. 차차가 청국장을 사주었고 작업실로 돌아와 잠시 눈을 붙였다. 지난주엔 차차가 가자고 했던 고성에 결국 여행이 제일 고팠던 나만 홀로 다녀왔었다. 차차가 알려준 오래된 콘도에서 새벽의 바다를 내도록 내려다보았다.  태어난 날의 일출이었다. 문득 언니에게 그림을   그려 선물해 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낮에 찍었던 사진을 한 장을 그렸다. 조금 더 그릴 순 없을까? 잘 표현하는 것보다 조금 더, 언니의 이야기들, 언니의 작업들, 언니를 보고, 듣고, 애정하고, 영향을 받는 나의 시선들, 여러 마음들을... 두 번째 그릴 때 붉은 구를 그려 넣어 보았다. 세 번째 장을 그릴 때는 손과 마음이 다 부드러워져 있었다. 나무의 붉은 눈이 꿈벅 거리는 것 같았다. 그림은 늘 꿈틀거리고 있어. 움직이고, 요동치고.... 수면 위로 떠오른 말이었다. 매일 요동치는 건 언제나 나다. 그걸 인지할 새도 없이 변치 말고 이대로만 해라 붙잡아 둘 때마다 즐거움들은 호도도 떨어져 나갔다. 그림을 선물해주고 싶어졌을 때, 알게 되었다.



매거진의 이전글 누가 내 일기를 보겠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