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자의 사람들에게는각자의 자국어가 있잖아
자국어, 자기 나라의 말.
오빠가 사용하는 자국어는 뭘까?
'으유유유유'
'의여여여여'
'으쉬'
'엄미으여비'
어린 날 '장애'라는 개념도 머릿속에 정확하게 안 박혀있던 시절, 오빠의 언어에 대해서 알아보겠다고 연습장에 오빠가 자주 쓰는 언어들을 하나씩 써 내려갔었지.
'으유유유'는 무슨 소리일까.. 으여여여는 '여'라는 글자가 몇 번 하냐에 따라 다른 말인가? '으쉬'는 쉬 한다는 소리 같고, '엄미으여비'는 왜 내는 소리일까?' 어린 날 거실에서 잠깐 썼던 기억인데 그 장면이 뇌리에 깊게 박혀있는 걸 보니 그 이후에도 평소 오빠가 쓰는 말들에 대해 관심이 많았던 것 같아.
그 단어에는 어떤 깊이가 있는 걸까, 깊이 생각하고 싶은데 한정적인 느낌이야. 얕은 연못 같지만 깊은 바다와 같은 느낌이라고. 쉽게 말하자면 오빠의 말은 단순한 소리지만 내가 잘 모르는 오빠의 언어가 있는 것 같다는 거야.
오빠와 길게 문장으로 대화할 수 있으면 그게 무슨 말인지 오빠가 자세하게 알려줄 텐데 말이야. 물론 그렇게 되면 오빠가 그런 단순한 소리를 내지도 않겠지?
오빠가 어릴 때는 말을 하길 바랐어, 말을 해서 평범한 비장애 형제자매들처럼 얘기를 나누고 싶었어.
그래서 나 어린 시절에는 오빠가 '엄마'나 '쉬'말고도 다른 언어들 '바지', '양말'을 정확한 발음으로 내었으면 하고 혓바닥을 눌러도 보고, 고등학생인 오빠의 얼굴을 마주하고 따라 하라고도 말해보았지. 오빠는 눈을 크게 뜨고, 혓바닥도 길게 내밀어보고 입도 크게 벌리며 따라 했지만 오빠가 내는 소리는 '에'였어. 오빠도 말을 하고 싶은 게 분명해. 얼굴 안면을 크게 써가며 따라 하려고 하는 모습이 말이야. 지금에서야 말하지만 7살 차이 나는 동생을 따라 하는 오빠의 모습이 동생의 눈에는 조금 귀엽게 보였어. 어쨌거나 말문 트일 시기가 지난 오빠와 비전문가인 나의 국어교육은 치기 어린 호기심에서 끝이 났어.
그래도 가끔은 생각하지. 오빠가 가끔 혼자 하는 말장난이 많아지면 장난으로 '말문이 트려고 그러나 보다~'하고. 이건 우리 학생들을 대할 때도 마찬가지야. 가끔 말장난 소리가 많아지면 '곧 말할 거 같은데~'하고 우스갯소리를 하고 넘기지. 간단한 단어나 문장이라도 말을 했으면 하는 아쉬운 마음에서 하는 소리야.
사실 지금은 정확하게 단어나 문장을 말하지 않아도 잘 알아.
오빠가 왜 '으여여여!'하고 말하는지, '엄미으여비'가 어떤 의미인지.
굳이 언어가 아니더라도 눈빛, 목소리 톤, 얼굴로 알 수 있게 되었어.
그래도 어린 나는 오빠를 알고 싶었다. '지적장애'가 뭐인지도 모르는 어린 나이였으니까.
이 글은 장애형제를 알고 싶어했던 비장애 형제자매들, 과거의 나와 같은 순수했던 어린 동생들을 위해 쓴 수필이야.
혹시나 오빠의 자국어가 궁금한 이들을 위해 덧붙이자면
'으유유유유'나 '의여여여여'는 오빠가 원하는 물건이나 장소로 손을 뻗으며 무언갈 얻기 위한 언어였다. 한국어로 하자면 '저거 좀 줘'
'으쉬'는 '쉬'하겠다는 말, 이건 유아들도 공통된 사항이다.
'엄미으여비'는 어린 날 나에겐 난제였다. '엄↗미↘으여비→' 이 말은.. 노래를 흥얼거리듯 내는 소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