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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한이 Jan 04. 2021

지적장애 없는 척

사실 오빠 장애 있어.

  학창 시절 때까지만 해도 사람들이 우리 오빠에 대해서 물어보면 지적장애도 없고 군대도 간 것처럼 자연스레 거짓말을 했다. 어린 시절, 사람들은 내 거짓말에 모두 속았다. 


  어릴 때 부모님께서는 가족 중에 장애가 있으면 외부 사람들이 무시를 많이 한다고 하셨다. 그래서 무시를 당하지 않기 위해서는 나름의 약점 같은 것들을 보여서는 안 된다고 하였다. 그 말씀에 동의했기에 오빠의 장애를 숨긴 채 오빠가 비장애인인 것처럼 사람들에게 이야기를 하고 다녔다.

  우리 오빠는 특수학교가 아니라 동네에있는 고등학교를 다니고, 비장애 형제가 있는 가정 속 동생과 평범하게 싸우는 것처럼.

  하지만 다른 사람들에게 솔직하지 못하니 내 마음속에 응어리가 졌다. 우리 오빠에 대해 물어보면 항상 자연스럽게 거짓말을 하는 내가 조금 불편했다.


  이런 나에게서 벗어나기 위해, 또 더 이상 이러면 안 되겠다는 생각에 처음으로 오빠에 대해 솔직하게 털어놓은 것이 14살이다.

  하굣길에 초등학생 때부터 친했던 친구 2명에게 말할 것이 있다고 이야기했다. 그런데 내가 심각한 얼굴로 오래 망설이자 친구들은 괜찮다며 위로해주었다. 조금 진정이 된 나는 아무도 없는 곳에서 말하겠다고 했다. 아파트 엘리베이터가 눈에 보였다. 탁 트인 곳에서 말할 용기가 나지 않았다.

  그래서 우리 집 아파트 엘리베이터에 옹기종기 들어가서 가장 맨 꼭대기 버튼을 누르고, 도착하면 1층을 누르기를 반복했다. 몇 번을 그렇게 했다. 나는 망설이다가 결국 고백을 했다.


 사실 우리 오빠는 장애가 있다고. 


 단지 이 말을 하는 것뿐이었는데 내 눈에서 눈물이 났다. 

 감정이 복받쳐 올라 울면서 말도 제대로 끝맺지 못했던 기억이 난다. 오히려 친구들은 나를 위로하며 그게 뭐 큰 고민이냐고 했었다. 


나는 왜 울었을까? 

지금까지 나에게 부담감을 줬오빠의 장애 때문이었을까, 

친구들이 이제 나를 얕볼까 봐 두려워서였을까, 

오빠의 장애를 그때까지 숨겨왔던 나 자신이 부끄러워서였을까.


  처음 오빠의 장애에 대해 생각을 해보고, 고민을 하며 주변 사람들에게 말한 것이 14살이었다. 물론 초등학생 때 어쩔 수없이 친구한테 이야기를 하고 오빠 하교 보조를 하러 간 것 빼고는 말이다. 

어쩔 수 없이 하교보조를 하러가야했던 이야기 - 누나가 되어야 하는 동생 (brunch.co.kr)


  그 이후 조금씩 오빠의 '장애'에 대해서 주변 사람들에게 말하는 것이 반복되었고 자연스러워졌다. 이제는 스스럼없이 오빠의 '장애'에 대해 말하려 노력한다. 그래도 사실은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에게는 아직까지도 오빠의 장애에 대해 굳이 말해야 하는지 의문이 들 때도 있다.


  덧붙여서 어릴 때부터 장애 형제가 있다는 걸 자연스럽게 말하는 아이들이 참 대단하고, 정말 어른스럽다고 생각이 된다. 나는 그렇게 떳떳하게 말을 못 했기에. 어릴 때부터 속 깊은 행동을하는 비장애 형제들의 모습이 참 대단해보였다.


  지나고 보니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은 우리 집 사정에 큰 관심을 갖지 않는다. 잠시 안줏거리로 이야기될 수는 있겠지만 그들의 삶이 있고, 나름의 고민이 있으니 크게 신경을 쓰지 않는다.


  그런데도 나는 솔직하게 말하는 것을 왜 그리 어려워했을까?

  시간이 흐르면서 무엇이 내 마음을 무겁게 만들었을까? 


나이가 들어 어른이 된 나는,

이젠 오빠의 존재를 거짓말하지 않고 떳떳하게 말한다. 나에게도 부끄럽지않은 오빠가 있노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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