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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 율 Jan 29. 2023

글쓰기를 하면서 마주할 고갈과 소진


창작에 관한 고갈과 소진.


 그것은 소재의 고갈일 수도 있고 혹은 감정의 고갈일 수도 있다. 그동안 음악을 만들었던 것과 비교해 보았을 때 글은 쓸 때마다 무언가를 소진시킨다는 느낌이 덜 들었다. 


 하지만 아무리 창작이 무에서 유를 만드는 과정이라고 하더라도 본인의 경험이나 감정들을 전부 배제하기란 쉽지 않다. 그래서 그 기저에는 자연스레  본인의 것이 깔리기 마련이고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것이 창조된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까닭에 본인이 가진 것들로 글을 쓰다 보면 필연적으로 고갈이라는 상태에 마주할 수밖에 없다. 신선했던 글들도 어느 순간이 지나면 쳇바퀴를 돌듯 일정한 카테고리 안에서 반복되곤 한다. 한 사람이 가진 경험의 양과 사고의 폭은 수치로 규정지을 수는 없지만 분명한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한계를 대하는 태도.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일상에서 벗어나 새로운 것들을 경험하고 새로운 장소로의 여행, 책, 영화 등 다양한 직간접적인 체험을 하며 견문을 넓히고자 시도한다. 그리고 이러한 경험을 활용하여 새로운 카테고리로 글의 범주를 넓히거나 스타일을 변화시켜 자신의 틀을 깨기 위해 노력한다.


 '비가 온 뒤에 땅이 굳어진다.'는 말처럼 비가 와서 질척거리던 땅은 비가 그친 후 마르고 나면 다시 단단해진다.  글자들은 결국엔 글을 쓰는 필자의 삶을 담는다. 그렇기 때문에 다양한 경험과 그간의 시행착오가 농축된 글은 단단하고 밀도가 높다.


 그와 반대로 이러한 고갈과 소진을 마주한 뒤 한계를 체감하고 포기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창작의 원천이 계속 마르지 않는 샘처럼 흐를 줄 알았는데 갑자기 어느 날 메마른 바닥을 드러냈다고 생각해 보자. 타들어가는 갈증은 순식간에 절망감과 공포로 변할 것이다. 영원할 줄 알았던 것들이 순식간에 자취를 감추면 어둠 속을 밝히던 횃불 같은 열정 또한 빠르게 그 빛을 잃는다.


질문.


 이러한 경우에는 어떻게 하여야 할까? 그러한 한계를 경험하고 나서 전자와 후자의 상태를 모두 체험하였다. 경험들을 쌓으며 기반을 다져나가는 그간 겪었던 수차례의 시행착오. 하지만 충분히 단단했다고 생각했던 지반에서도 산사태가 일어나기 마련이다. 우르르르 무너지며 휩쓸려가는 느낌. 지푸라기라도 잡는 순간으로 골몰히 되돌아보았을 때 손을 빠져나가는 모래알들. 모든 것이 다시 수포로 돌아가는 느낌이 들 때가 있다. 무에서 유 그리고 다시 유에서 무. 겨울산 눈 덮인 흙더미 위에 서서 무너져 내린 활자들을 말없이 내려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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