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한 율 Dec 04. 2023

신춘문예 그리고 넥스트 스텝


 신춘문예의 계절이 돌아왔다.


 다양한 등단 방법이 생겨나면서 신춘문예의 위상은 과거에 비해 다소 떨어진 듯 보인다. 하지만 여전히 은 사람들이 등단의 꿈을 안고 신춘문예에 도전한다.


 메이저 신문사를 기준으로 신춘문예의 경쟁률은 문에 따라 수백 대 1부터 수천 대 1까지 치열 편이다. 신춘문예는 부문별로 오직 1명이 당선되기 때문에 수치상 경쟁률 사실상 큰 의미가 없 보기도 한다.


 신춘문예는 여러 신문사에 중복투고하는 것이 불가능하고 일 년에 한 번 열리는 대화이기 때 많은 지원자들이 상당한 시간을 쏟아붓는다.



MMCA

한 율 - 신춘문예


  신춘문예에 도전 중다. 부푼 꿈을 안고 호기롭게 도전하였으나 뒤돌아보니 어느새  시간이 흘렀다.


 신춘문예 당선자에게는 12월에 미리 연락이 간다고 들었다. 래서 해가 바면 자연스레 기대는 접게 된다.  하지만 새해 벽 어스름 속 당선작과 심사평을 확인하기 위해 신문사 사이트 신춘문예 란에 들어간다.


 새해 꼭두새벽부터 탈락의 고비를 맛보는 건 썩 유쾌하지 않다. 지만 탈락의 쓴 맛을 억누르고 당선작부터 차근차근 읽어 내려간다. 그리고 심사위원들의 심사평을 한 줄 한 줄 눈여겨 살펴본다.  스텝을 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한 때 '신춘문예 경향성'라는 말이 등장할 정도로 신춘문예 당선작들이 비슷한 특징을 가지고 있다는 이야기가 있었다. 신춘문예에 뽑히기 위해  자신의 색깔을 지우고 신춘문예의 틀에 부합하는 글을 준비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자신의 색깔을 포기하는 것이 예전에는 쉽사리 납득이 가지 않았다. 그러나 개성을 가감 없이 드러낸 글들이 연달아 낙방을 하게 되자 생각을 점차 달리 먹게 되었다. 끝없이 이어진 터널 안을 걷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MMCA

어두컴컴한 통로 안에서 희망의 불씨가 다하면 자연스레 의지, 자신감, 기대감 등이 차례대로 꺾이기 시작한다. 


글에 직간접적으로 자신을 투영하는 한 글쓰기의 자기 소모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울 순 없다. 마찬가지로 자신과 연관된 것으로 귀결되는 글들은 해가 지날수록 글의 모서리가 닳는다는 사실을 부정하기 힘들다.


1%도 안 되는 가능성.

 

'그럼에도 불구하고'를  연신 되뇌며 처음으로 다시 되돌아가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결정을 내리고 몰입하다 보면 결국에는 확률에 얽매이지 않고 움직이게 된다.


올해는 색을 지우고 힘을 뺀 글자들로 종이를 채워나갔다. 난해하거나 복잡한 글귀들은 잘근잘근 씹어 여러 문장으로 쪼갰다.


 '될 대로 돼라' 식으로 자포자기의 심정을 가지고 한 선택은 아니었다. 가장 가능성이 높아 보였기 때문에 한 선택이다.  


 시간이 담긴 원고는 일련의 과정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올해는 고민을 많이 해서 그런지 아쉬움보다 후련함이 크게 남는다.


 한 해를 마무리하는 달, 새로운 시작을 위한 발걸음을 준비하며 글에 담지 못한 여러 감정들을 읊조려 본다.







매거진의 이전글 글쓰기를 하면서 마주할 고갈과 소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