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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 율 Apr 19. 2023

모래시계

사진: 한 율(Coreart)


부서지는 모래알 소리 없이 흩어진 삶의 조각들

고운 무명천 흰색 주머니 안에 고스란히 주워 담아

기억으로 써 내려간 시간이 조금은 더디게 흐르


결국엔 삶이기에 도돌이표처럼 돌아더라도

후회들을 가로지르는 발자취를 되짚으며

그대로 흘러가도록 두었던 모래시계


물보라를 일으키는 회색빛 파도 속에서

기억할 것들은 때론 너무 쉽게 휩쓸려

흔적조차 소실될까 두려워했던 날들이여


하나로 섞여 흘러내리는 모래알처럼

빛이 바래가는 세월 속에 섞이다 보면

구름 사이로 비치는 햇살처럼 이따금 빛나길


파도소리 잦아드는 고요한 어느 바닷가

지평선과 맞닿은 곳에 누운 모래시계 위로

하늘에서 떨어진 모래알로 빚어 둔 금빛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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