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사) 놀토가 남아있던 그때로 back 내 엠피쓰리 켜면 빅엘이 두 귀에 따귀를 힙합을 아냐던 친군 내게 북치기 박치기를 난 말없이 틀었어 VJ 역사의 간지를 그때 뭐 다들 비슷비슷해 이태원에서 산 흰색 박스티 퓨마는 스피드캣 핀 꽂은 왕통바지 뉴에라는 비스듬히 머린 5mm 이하 보광동 언덕길 알지 디스코그래피 눌러둔 알집이 빼곡해 어설픈 영어로 눌러쓴 라인들 머리에 넣고선 프리스타일 랩 마치 f(x) 크리스탈 랩처럼 빛나 어설픈 펀치라인 몇 개 던지고선 신나 질리지도 않아 연어처럼 거슬러 솔컴부터 윗세대로 올라 파도타기를 최신곡도 시간 맞춰 탑승수속해 놀라운 건 뭘까 orca cinco
비룡스포츠 앨범 아트워크, 사진: 코레아트
저마다 유년시절의 향수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어린 시절의 기억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점차 희미해지고 미화되기 마련이다. 노래 '비룡스포츠'는 티끌과도 같은 기억의 파편에서 시작하였다.
스케이트보드. 스케이트보드와 인라인스케이트가 유행했던 시절이 있었다. 그 당시 동네의 친한 형은 가장 먼저 스케이트 보드를 구입해 날마다 무르팍이 깨져가며 기술을 연마했었다. 지금 회상해 보면 조악한 수준이지만 어린 시절에는 티브이에 나오는 스케이트보더 못지않게 멋져 보였다.
어느 날, 그 형이 스케이트보드를 들고선 집 앞에 들렸다. 그리고 손에 든 스케이트보드를 나에게 건네줬다. 이제 자기는 더 이상 보드를 타지 않는다고 말하며 용그림이 새겨진 낡은 스케이트보드를 내게 주었다. 손때가 묻은 스케이트보드를 받고 신났던 순간이 어렴풋이 기억난다.
비룡스포츠 앨범 아트워크, 사진: 코레아트
스케이트보드를 받은 뒤 아스팔트 위에서 몇 번 힘차게 발을 굴렸다. 하지만 스케이트보드를 타는 사람들이라면 해야 하는 신고식을 피해 갈 수 없었다. 그것은 영광의 상처처럼 넘어지며 무르팍이 깨지는 것이다. 언덕에서 넘어지고 무르팍이 깨진 뒤에는 차츰 스케이트보드에 대한 흥미가 사라졌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며 기억 속에서 잊힌 스케이트보드. 차츰 사라진 관심과 함께 어느샌가 잃어버렸던 나무 스케이트보드. 하지만 이번 장마에 길을 가다가 기억 속 나무보드와 비슷한 버려진 스케이트보드를 발견하였다.
스케이트보드를 발견한 무렵, 아직 제목을 정하지 못한 채 작업을 마무리해 둔 곡이 생각났다. 그 노래의 가사는 과거의 유행을 담은 내용이었다. 유행하던 새로운 것들도 시간이 지나면 낡고 촌스러운 것이 되곤 한다. 유행을 거쳐가며 경험한 것은 일부만 기억에 남고 시간이 지나가끔회자된다.
그래서 비 오는 날 버려진 낡은 스케이트보드가 유독 눈에 띄었다. 그리고 보드에 적혀있던 비룡스포츠. 검색해 보니 결과가 나오지 않는 것으로 보아 지금은 사라진 회사인 것 같다. 하지만 누군가의 기억 속에는 남아있을 빛바랜 추억. 그래서 곡의 제목을 '비룡스포츠'로 정했다. 기억 속 멈춰있는 스케이트보드를 다시 힘차게 굴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