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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 율 Aug 30. 2023

코레아트(Coreart) - 비룡스포츠 음악 작업기

코레아트, 나의 음악 이야기

비룡스포츠 앨범 아트워크, 사진: 코레아트

코레아트(Coreart)- 비룡스포츠 유튜브 링크


가사)
놀토가 남아있던 그때로 back
내 엠피쓰리 켜면 빅엘이 두 귀에 따귀를
힙합을 아냐던 친군 내게 북치기 박치기를
난 말없이 틀었어 VJ 역사의 간지를
그때 뭐 다들 비슷비슷해
이태원에서 산 흰색 박스티 퓨마는 스피드캣
핀 꽂은 왕통바지 뉴에라는 비스듬히
머린 5mm 이하 보광동 언덕길 알지
디스코그래피 눌러둔 알집이 빼곡해
어설픈 영어로 눌러쓴 라인들 머리에 넣고선
프리스타일 랩 마치 f(x) 크리스탈 랩처럼 빛나
어설픈 펀치라인 몇 개 던지고선 신나
질리지도 않아 연어처럼 거슬러
솔컴부터 윗세대로 올라 파도타기를
최신곡도 시간 맞춰 탑승수속해
놀라운 건 뭘까 orca cinco


비룡스포츠 앨범 아트워크, 사진: 코레아트

저마다 유년시절의 향수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어린 시절의 기억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점차 희미해지고 미화되기 마련이다. 노래 '비룡스포츠'는 티끌과도 같은 기억의 파편에서 시작하였다.


스케이트보드. 스케이트보드와 인라인스케이트가 유행했던 시절이 있었다. 그 당시 동네의 친한 형은 가장 먼저 스케이트 보드를 구입해 날마다 무르팍이 깨져가며 기술을 연마했었다. 지금 회상해 보면 조악한 수준이지만 어린 시절에는 티브이에 나오는 스케이트보더 못지않게 멋져 보였다.


어느 날, 그 형이 스케이트보드를 들고선 집 앞에 들렸다. 그리고 손에 든 스케이트보드를 나에게 건네줬다. 이제 자기는 더 이상 보드를 타지 않는다고 하며 용그림이 새겨진 낡은 스케이트보드를 내게 주었다. 손때가 묻은 스케이트보드를 받고 신났던 순간이 어렴풋이 기억난다.


비룡스포츠 앨범 아트워크, 사진: 코레아트

스케이트보드를 받은 뒤 아스팔트 위에서 몇 번 힘차게 발을 굴렸다. 하지만 스케이트보드를 타는 사람들이라면 해야 하는 신고식을 피해 갈 수 없었다. 그것은 영광의 상처처럼 넘어지며 무르팍이 깨지는 것이다. 언덕에서 넘어지고 무르팍이 깨진 뒤에는 차츰 스케이트보드에 대한 흥미가 사라졌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며 기억 속에서 잊힌 스케이트보드. 츰 사라진 관심과 함께 어느샌가 잃어버렸던 나무 스케이트보드. 지만 이번 장마에 길을 가다가 기억 속 나무 보드와 비슷한 버려진 스케이트보드를 발견하였다.


스케이트보드를 발견한 무렵,  아직 제목을 정하지 못한 채 작업을 마무리해 둔 곡이 생각났다. 그 노래의 가사는 과거의 유행을 담은 내용이었다. 행하던 새로운 것들도 시간이 지나면 낡고 촌스러운 것이 되곤 한다. 유행을 거쳐가며 경험한 것은 일부만 기억에 남고 시간이 지나 가끔 회자된다. 


그래서 비 오는 날 버려진  낡은 스케이트보드가 유독 눈에 띄었다. 그리고 보드에 적혀있던 비룡스포츠. 검색해 보니 결과가 나오지 않는 것으로 보아 지금은 사라진 회사인 것 같다. 하지만 누군가의 기억 속에는 남아있을  빛바랜 추억. 그래서 곡의 제목을 '비룡스포츠'로 정했다. 기억 속 멈춰있는 스케이트보드를 다시 힘차게 굴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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