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시와 율

비정형

by 한 율


잘게 자른 원형질이 둥둥 떠다니는 원통형의 밤

기나긴 침묵이 이따금 축복을 가져다주기를

작은 덩어리들을 이어가며 바삐 움직이는 손

때로는 일순간도 담기엔 부족한 것 같아 합쳐보고

때로는 그것이 전부인 것 같아 조심스레 내려놓는다

그렇게 생각들은 점에서 선으로 이어지다 튀어 오르며

청록색 미소가 번져나가는 어슴푸레한 새벽녘


결국엔 모든 건 종이 한 장 차이라며

핏대를 세우며 쏟아낸 친구의 검붉은 말

굳은 기억 속 딱딱한 글귀들을 녹여

다시 새롭게 채워나가는 종이 한 장

구부러진 비정형의 그릇 속

생동하는 문장들이 찰랑이는 소리

파도치는 푸른 밤도

노르스름한 햇빛 너머

물이 빠지듯 옅어지고


수많은 발걸음으로 새길 오늘은

피어오를 준비를 마쳤다는 듯 일렁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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