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 원(遠)

by 한 율
나에게서 멀어지는 것


멀어지는 것들 앞에서 담담해질 수 있는가. 지금도 우리 곁에서 서서히 멀어지고 있는 것들. 밤하늘의 별을 올려다보던 어느 날 밤, 멀어지는 것들을 곰곰이 들여다보았다. 어두컴컴한 밤하늘을 골몰히 쳐다보면 까만 어둠 속에서 희미한 별들이 서서히 모습을 드러낸다. 그동안 나에게서 멀어진 것들처럼 말이다. 까마득한 기억을 헤집어 멀어진 것들을 다시 꺼내어 본다.


어둠 속에 가리어진 별처럼 이미 멀어진 것들은 기억마저 흐릿해졌다. 파편과도 같은 기억들은 단발적으로 반짝거리다 이내 빛을 잃었다. 문득 주위를 둘러싼 풍경이 머릿속처럼 아득하게 느껴진다. 바람결에 흔들리는 촛불처럼 깜박거리는 작은 별들. 청록빛을 머금은 희미한 작은 별이 유독 눈에 들어온다. 응시할수록 선연해지는 초록빛의 별. 여러 가지 생각이 밤하늘의 별처럼 깜박거리다 사그라들며 비어 있는 마음속을 채운다.


멀어지는 것들을 두고 곱씹어보는 무언의 생각. 한기를 품은 밤바람이 주위를 타고 세차게 흐른다. 바람은 생각의 방향을 밖으로 흘려보내게 도와주었다. 연거푸 길게 숨을 내쉬어 본다. 입김은 하얀 연기처럼 피어올라 바람을 타고 흩어진다. 별이 빛나는 밤하늘 아래에서 한동안 서성거렸다. 그러나 어떠한 답을 찾으려고 굳이 애쓰지 않았다.


단지 그러한 상태를 바라보는 시간을 가지는 것만을 원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멀리 떨어진 별들을 보며 내게서 멀어진 것들에 관한 생각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그것이 자연스러운 흐름이라고 느껴졌기 때문이다. 세찬 바람을 맞으며 그 반대 방향으로 애써 가본들 결국 바람에 밀려 다시 돌아오기 마련이다. 그래서 바람결에 미련과 닮은 같은 감정을 흘려보냈다. 청록빛을 머금은 희미한 작은 별이 다시금 눈에 들어온다.


이전 13화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