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원

by 한 율
사진: 한 율 (Coreart)
전망대에 올라가면 소원을 빌곤 한다.


전망대가 있는 고층 건물 꼭대기로 올라간다. 전망대에서 내려다본 도쿄의 야경. 줄지어 늘어선 뾰족한 마천루들을 보면 중세 시대의 성탑을 보는 듯한 기분이 든다. 어두운 밤하늘 아래에서 빛을 발산하는 다양한 조형물들. 나지막이 던져둔 시선 사이로 소원을 끼워 읊조린다. 건물들 사이를 굽이치듯 돌아 나가는 도로들처럼 마음속에 품고 사는 원도 인생을 돌고 돈다. 전망대를 한 바퀴 돌다가 사진을 부탁하는 외국인 관광객을 마주쳤다.


사진을 찍어준 뒤 여행에 대한 짧은 대화를 나눴는데 '자신의 꿈을 찾기 위해 아시아 일대를 돌고 있다.'는 그의 이야기가 인상 깊었다. 우리는 현재 어떠한 소원을 품은 채로 인생의 도롯가를 달리고 있는가? 때로는 그러한 원이 도로의 이정표처럼 명확하게 보이기도 했지만, 때로는 안개 속을 걷는 것처럼 희미해지기도 하였다. 물안개가 핀 산중에서 가늠할 수 없는 능선을 바라보는 것만 같은 기분이었다. 아지랑이같이 피었다가 사라지는 신기루 보고 한 번뿐인 삶을 살아가고 있는 것인가.


물음표와 느낌표가 교차하는 가운데에서 어렴풋이 피어나는 희망의 낌새를 낚아채기란 쉽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쉽게 포기할 수만은 없다. 어두운 밤에서 빛을 발산하는 고층 건물들이 밤바다의 등대처럼 보인다. 바둑판처럼 끝없이 이어진 대도시의 야경. 그중에 작은 점 하나인 건물 속에서 파도치듯 흘러가는 밤 풍경을 바라본다. 시간이 흐르자, 북적거리던 전망대 안이 한산해졌다. 다음 행선지로 향하기 위해 구글맵으로 주변을 둘러보았는데 시간이 늦어 대부분 영업이 종료된 상태였다.


다시 엘리베이터를 타고 전망대에서 내려와 도쿄의 밤거리를 한 시간 정도 거닐었다. 신주쿠, 시부야 같이 인파가 몰리는 공간은 낮보다 사람이 더 많았지만, 주택가와 학교 근처는 유령도시처럼 적막한 상태였다. 산산한 밤공기를 느끼며 골목 사이를 빠져나간다. 황량한 공터에 앉아 뿌연 밤하늘을 한동안 올려다본다. 전망대에서 내려다보았던 것과 비슷하면서도 다른 기분이 든다. 옷깃으로 스미는 밤바람이 제법 차갑게 느껴진다. 깜깜한 마음속에서 소원에 대한 어렴풋한 형태가 잡힐 때쯤 다시 일어나 발걸음을 옮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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